국가전략산업 격상 ‘이차전지’, 정부 연구용역엔 지원자 없는 이유

많은 과업 대비 낮은 연구비용...구색맞추기식 정책
핵심산업 강조하면서 이제야 동향 파악

국가전략산업 격상 ‘이차전지’, 정부 연구용역엔 지원자 없는 이유
LG화학 배터리용 양극재. LG화학

정부가 국가전략기술 산업으로 격상된 배터리산업의 주요 소재·부품 및 원자재 수급 동향 파악에 나섰지만, 연구 수행기관 섭외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핵심산업 동향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이차전지 소재·부품 및 원자재 수급 동향 및 전망’이란 정책 연구과제를 재발주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동일한 연구용역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 산업으로 격상될 정도로 각광받는 산업임에도 정부 연구용역과제에 지원자가 전무하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하다. 특히, 국내 배터리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많은 연구기관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산업부는 이차전지 수요시장(전기차, 전기선박 등)별 시장규모 및 성장률을 분석하고,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및 소재·부품의 수급체계를 조사하는 내용의 연구용역과제를 지난달 15일 발주했다. 최근 '요소수 대란'처럼 향후 수급 리스크 발생 시, 국내 대응방안 마련에 활용하고, 차세대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 및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구체적인 연구 과업으로는 △한국·중국·일본 등 국가별 리튬이차전지 및 원자재, 소재·부품 산업 현황과 전망 조사 △운송산업(전기차·전기선박), 모바일 정보기술 산업(휴대전화·노트북) 등 리튬이차전지 수요산업의 시장 규모와 성장률을 반영한 리스크 분석 및 대응 방안 발굴 △미래 원자재 수급체계 전망 및 안정적 수급망 확보에 필요한 정책 발굴 등을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낸 연구용역 과제에 지원자가 없어 동일한 공고를 다시 냈다”며 “이차전지 소재·부품 및 원자재 수급 동향이 파악돼야 다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번에는 입찰자가 나올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는 정부의 이번 연구과제 발주를 ‘요소수 대란’ 따른 구색맞추기식 행보로 봤다. 최근 요소수 사태로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존 산업정책 부재에 대한 언론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가 뒤늦게 이차전지 소재 수급 현황 파악부터 나섰다는 지적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차전지산업을 국가적 핵심산업으로 표방하면서도 이제야 소재 동향 파악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하다”며 “뒤늦게라도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지만, 향후 실질적인 정책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과업 지시에 비해 너무 낮은 연구용역비를 책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6개월간 중국 등 해외 이차전지 현장을 방문해야 하고, 관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연구기관이 굳이 품을 들여가면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겠느냐는 주장이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연구용역비가 5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수급 동향 파악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비용이 적은 것 같다”면서 “중극 등 해외 시장을 방문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 누가 선뜻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과제의 적임자로 한국전지산업협회를 꼽았다. 전지협회가 국내 이차전지산업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관련성이 가장 높고, 배터리 제조 및 소재사과 소통창구를 가져 동향 파악이 수월할 거란 이유에서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배터리 산업’을 반도체, 백신과 함께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3대 산업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보고 재정지원 확대는 물론 R&D 및 시설투자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표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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