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변해야” 57년 전 성폭력 피해자, 재심청구 나선 이유는

57년 전 성폭력 피해자 최말자씨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25일 재심 개시를 촉구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57년 전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를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재심 개시를 촉구했다. 

‘56년 만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피해자 최말자(77·여)씨는 25일 오후 1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최씨는 이날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처벌한 56년 전 사건 대법원은 재심 개시로 정의 실현하라!’는 판넬을 들고 대법원 앞에 섰다. 

최씨는 18살이던 지난 1964년 5월6일 자신을 강간하려는 남성 노모씨에게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노씨의 혀를 깨물었다. 성폭력 피해자였던 최씨는 중상해 가해자가 됐다. 검찰은 최씨가 노씨에게 중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구속했다. 법원은 최씨에게 중상해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노씨에게 특수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했다. 성폭력 혐의로는 처벌받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해 5월6일 “지금도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 다르지 않음에 분노한다. 본 사건의 해결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법원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56년 만의 일이다. 1년 더 시간이 흘러 57년이 됐지만, 법원은 최씨의 바람을 외면했다. 부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최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최씨는 이에 재항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씨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를 사법부에 간절히 호소했다. 최씨는 “57년 동안 하루도 이 한(恨)을 잊어본 일이 없다. 대법원에서 부디 제 사건을 바로 잡아 꼭 정당방위가 인정되도록 해달라”며 “그동안 이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어야만 (억울함을) 말할 수 있다는 집념 하나로 버텨왔다”고 토로했다.  

57년 전 성폭력 피해자 최말자씨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25일 재심 개시를 촉구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최씨는 사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씨는 “(사건 직후) 검찰에서 정말 치욕스러운 조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 검사는 나에게 가해자와 결혼하라고 했고, 거부하니 합의금을 줘야 한다고 아니면 평생 징역을 살아야 한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달라졌지만 아직도 사법은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며 “현재도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보면서 울고 있다. 더 이상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가 이 자리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경기 수원과 전북 익산, 광주, 충남 천안, 강원 강릉, 경남 창원 등 전국 지역 법원 앞에서 최씨 사건 재심 개시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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