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 김창동 “롤드컵서 당당히 인정받겠다” [쿠키인터뷰]

T1의 '칸나' 김창동. 사진=LCK 현장 취재단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아카데미에서 갓 올라온 어린 선수가 일 년도 안 돼 팀의 버팀목이 될 거라 예상한 이가 몇 있었을까. 낮에는 사과 박스를 나르고, 밤에는 LoL에 열중했던 스무 살의 안동 청년은 2021년 여름, 이제는 어엿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T1의 탑 라이너 ‘칸나’ 김창동(21)의 얘기다.

데뷔 2년 차인 김창동에게 올 한 해는 제법 가혹했다. 스프링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잠시 선발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고, 서머 시즌 초반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데뷔와 동시에 팀 우승에 기여하고, 서머 시즌 팀의 전반적인 부진 가운데서도 꿋꿋이 제 몫을 다 해냈던 지난해의 모습과는 분명 상반됐다.

하지만 우려도 일순,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서머 시즌 2라운드부터 기량을 끌어올렸고 플레이오프(PO)와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선발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롤드컵 진출을 이끌어냈다.


지난 14일 화상으로 김창동을 만났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돌아본 소회와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소감, 롤드컵을 앞둔 각오 등을 들어봤다.

데뷔 후 가장 짧은 휴가를 보내고 왔다. 푹 쉬었나.

데뷔 후 처음으로 롤드컵을 간다. 작년에는 시즌이 끝나고 세 달 정도 쉬었는데 이번엔 휴가가 짧아서 짤막하게 많이 쉬다가 왔다. 게임도 하고 친구들도 만났는데, 누워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안동은 이번에 안 갔다. 롤드컵 일정을 마치고 가려고 한다.

올 시즌 정말 다사다난했다. 시즌을 돌아보면 어떤가?

많이 힘든 시즌이었다. 나중에 기세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초반에 많이 부진했다. 1라운드 리브 샌드박스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리신’으로 궁극기를 못 찍었다. 라인전도 꽤 잘 했었는데, 그 실수만 안 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아직도 있다. 느리게 폼이 올라왔지만 후반기에 보여준 활약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는 아쉽지만 그래도 잘한 것 같다.

후반기에 상승세를 타서 PO 결승까지 갔다. 담원 기아와의 결승전은 많이 아쉬웠다.

잘했든 못했든 부족해서 진 거니까 패배는 바로 인정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다시 하면 이길 것 같은데, 두 번은 오지 않는 기회니까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 사실 ‘조금만 더 하면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은 늘 해 왔다. 담원을 상대하면 우리가 초반에 유리했던 상황이 많았다. 글로벌 골드도 유리하고, 상황도 유리했는데 후반에 많이 말렸다.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몰라서 역전도 많이 당했던 것 같다. 해볼 만 한 것 같은데 계속 지니까 이게 실력 차이인가 싶기도 하다. 

시즌 도중 코칭스태프가 바뀌는 큰 사건도 있었다.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당시엔 많이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팀원들과 많은 얘기도 하고 그랬다. 특히 동생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나도 옆에서 힘들고 기운도 안 나고 그랬는데, 어쨌든 프로니까 해보자는 식으로 얘기가 나와서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다. 스타더스트 감독대행님이 친구처럼 잘 대해주셨다. 우리가 기량을 낼 수 있게 편하게 해준다. 쉬고 싶을 때 잘 쉬고, 컨디션 조절을 잘 할 수 있게 해주셨다.

사령탑 교체 뒤에야 공교롭게도 기량이 올라왔다. 이유가 있을까?

시기가 안 맞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양대인 감독, 이재민 코치님한테 배운 것들이 되게 많다. 내가 잘하게 된 건 전 감독‧코치님의 피드백 덕분이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많은 피드백을 주셨는데 한 가지만 뽑아보겠다. 작년에는 내 라인에만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다른 라인을 신경 쓰게 됐다. 다른 라인의 운영 방식도 알아야 된다고 하셔서 다른 라인도 배웠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롤드컵 선발전 라인업에선 ‘페이커’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막내일 때와 다른 점은?

(문)현준이, (이)민형이 등 02년생들이 많지 않나.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끼리끼리 잘 놀고 있고, 잘 어울리기 때문에 내가 딱히 할 역할은 없는 것 같다. 나도 친구처럼 잘 어울려 보냈다.
사진=LCK 현장 취재단


이제 롤드컵 얘기를 해보자, 처음으로 가는 롤드컵이다. 

해외 팬들이 많지 않나. 드디어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해외 팀과는 스크림도 많이 하지 않으니 맞붙어 볼 기회가 적다. 해외 팀들은 어떤 스타일일지 궁금하다. 특히 다른 탑 라이너들은 어떤 스타일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많이 기대도 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 

태어나 비행기를 처음 타는 거라고 들었다.

아이슬란드에서 하는 걸로 결정 났지 않나. 장시간으로 비행을 하는 게 걱정이 조금 된다. 비행기 얘기를 하자면 창밖의 세상이 궁금하다. 구름 위? 구름 위가 맞나? 하늘 위 세상이 궁금하다. 

흔히들 여행을 가면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날개 사진을 찍는다. 

딱히 생각이 없었는데 그 얘길 들으니까 솔깃 한다. 한 번 찍어보도록 하겠다(웃음).

아이슬란드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딱 10초 찾아봤다. 일단 사람에 따라 물이 안 맞을 수 있다더라. 필터를 챙겨갈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건물이 높은데 사진을 봤을 때 아이슬란드는 주택이 많더라. 거기서 사는 세상은 어떨지 궁금하다. 내가 한 번 다른 지역에 간 적이 있었는데 공기가 되게 안 좋았다. 아이슬란드는 산이 많더라. 초원 같은 느낌이었는데 공기가 좋을지도 궁금하다. (10초 찾아 본 게 맞나?) 음… 조금 더 찾아봤다(폭소).

컨디션 관리나 식사 등과 관련해서 선배들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했나? 

아직 그러진 않았다. 매니저님이 계신데 우리한테 따로 설문지를 주고 좋아하는 간식, 좋아하는 컵라면 등을 조사하셨다. 매니저님이 잘 챙겨주실 것 같다.

해외 팬, 관계자들이 뽑은 탑 라이너 랭킹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더라. 기대감이 높다.

감사하지만 아직 내가 국제전에서 보여준 게 없다. 작년 MSC(미드시즌컵)에서 FPX와 TES와 맞붙은 게 끝인데 과분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이번 롤드컵에서 잘해서 당당히 인정받도록 하겠다. 

데뷔 초 했던 말이 생각난다. 팀이 꼭 붙잡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고 있다. 

롤드컵 가서도 지금과 같은 폼이 유지가 되고 잘 한다면, 그 말이 정말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T1에서 3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칸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세계 최고의 탑 라이너가 되려면 보완해야 될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라인전을 지금보다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약간 티는 안 나지만 내가 해야 될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면 급해져서 사이드를 많이 밀다가 죽곤 한다. 어떻게 해야 경계를 잘 유지하면서 선을 넘나들 수 있을까,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큰 부분이다.

롤드컵에서 만나고 싶거나 경계되는 탑 라이너가 있나? 

RNG의 샤오후 선수가 이번 시즌 되게 잘했다. 포지션을 변경했는데도 잘 하더라. 미드와 탑은 다르다. 미드에 비해 탑은 라인이 길어서 대미지 교환을 잘못하면 도망가면서 끝까지 맞는다. 교환 방식이 달랐을 텐데 어떻게 적응했는지 많은 신기해서 만나보고 싶다.

너구리 선수도 너무 잘했다. 결승전에서 조금 안 좋은 말이 나왔다고 한들, 나는 잘 했다고 생각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한 번 실수했다고 그 선수가 못하는 건 아니다. 되게 존경하고 잘하는 탑 라이너다. 꼭 만나고 싶다. LPL에서 어떤 스타일로 변했을지 궁금하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LCK 팀들이 LPL에 비해 평가 절하되고 있다.

나는 LCK가 되게 잘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작년보다 상향평준화가 됐다. 작년 경기들을 보면 ‘이 구도인데 왜 이것 밖에 못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더 잘할 수 있고 쉽게 이길 것 같은데 의아해진다. 다른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대체적으로 나와 생각이 비슷하더라. 우리도 롤드컵에 나가면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평가에 관계없이 LCK가 잘할 것 같다. 

T1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다. T1이 롤드컵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보나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해봤지만 최소 4강 이상은 갈 수 있을 것 같다.

T1은 최근 LPL팀과 스크림을 했다고 들었다. 내용이 괜찮았나?

음… 결승과 선발전을 앞두고 LPL팀과 붙었다. 괜찮았다. 나쁘지 않았다.

해외 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아서 죽음의 조가 많이 탄생할 거라는 우려도 있다.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분명이 힘든 조가 있을 거고, 쉬운 조도 있을 거다. 좋은 조에 속해서 운으로 올라간들, 금방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룹스테이지에서 힘든 상대를 만나 떨어지면 어차피 우승 전력이 아니었던 거다. 어떤 상대든 이길 수 있어야 우승도 할 수 있다.

팬들에게 롤드컵 각오를 전해달라.

많이 쉬었다. 솔로랭크도 많이 안 해보고 연습도 많이 안 했다. 그래서인지 아직 열정이 불타오르지 않아 각오를 제대로 못 전해드릴 것 같다. 열심히 다시 몸을 끌어올리겠다. 다음에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다면, 그 때 제대로 된 각오 전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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