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방법: 재차의’가 잃어버린 원작의 장점들

영화 ‘방법: 재차의’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완성도가 부족한 영화를 보는 건 언제나 고통스럽다.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세계관을 극장에서 만나는 반가움과 아쉬운 점을 감내해야 하는 인내가 교차한다. 역사에 기록된 한국 야사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소재가 더 빛날 수는 없었을까.

‘방법: 재차의’는 3개월 전 사망한 시신에 의한 살인사건에서 시작한다. 경찰 수사가 난항에 빠진 사이,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한 임진희(엄지원)에게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누군가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임진희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범인은 되살아난 시체, 즉 재차의(在此矣)가 앞으로 세 번의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 예고한다.

‘방법: 재차의’는 지난해 초 방송된 tvN 드라마 ‘방법’의 후속작이다. 드라마에서 영화로 무대를 옮겼지만, 등장인물부터 극 중 상황까지 세계관이 그대로 이어진다. 임진희는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뉴스채널 ‘도시탐정’을 운영 중이고,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은 마지막회에서 자신의 몸에 악귀를 가둔 채 사라진 지 3년째다. 시리즈 제목처럼 새로운 방법사가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고려시대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용재총화’에 기록된 재차의를 되살렸다. 이전부터 내려온 한국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을 빌런으로 등장시켜 사적 복수 이야기를 한다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방법’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사라진 점은 아쉽다. 드라마 원작이 비현실적인 기괴한 주술과 무속신앙을 현실에 재연하며 공포영화 같은 섬뜩한 분위기를 주무기로 삼았다면, 영화 후속작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성급한 한국형 좀비 액션물이 됐다. 영화 속 세계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지 전모를 파악하고 하나씩 비밀을 벗기는 대신, 기괴한 몸짓과 액션 장면이 길게 이어진다. 이미 드라마에서 구축한 세계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개란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판타지 액션으로 장르가 바뀐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원작 팬들도, ‘방법’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만족할 만한 변화인지 미지수다.

‘방법’ 시리즈의 장단점을 분명히 알고 있는 자신감과 과감함이 돋보인다. 재차의라는 독특한 소재와 비현실적인 움직임 등 눈을 떼기 힘든 장면들이 길게 이어진다. 재차의와 맞서는 인물들의 모습과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과감함이 지나쳐 우리가 사는 세계와 다른 곳 같은 느낌을 주는 건 걸림돌이다. 경찰이 정체불명의 독립뉴스채널 도움을 받아 수사를 하는 설정이나 재차의의 등장에 아무도 놀라지 않는 점, 온라인 생중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안일한 태도 등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죽은 시체가 시내에서 택시 운전을, 그것도 미터기를 켜고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에 이르면 재차의보다 이 영화가 더 괴이하게 느껴진다.

사적 복수와 인물들의 행동에 고민이 담기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재차의보다 더 나쁜 빌런들을 보고 있으면, 인물들이 재차의에 맞서 싸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지만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누가 더 나쁘고, 사건 한복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은지 고민하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보다 드라마에 가까운 완성도 역시 ‘방법: 재차의’를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다. 원작 드라마 팬들을 위한 극장판 영화, 혹은 잘 만든 케이블방송 장르 드라마를 극장에서 보는 느낌도 든다.

오는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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