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30대 청년인데, 동년배들 다 스키니진 입었다”

tvN 응답하라 1997 스틸컷. tvN.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카세트테이프와 연필의 상관관계,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거 알면 옛날 사람”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누군가는 라디오를 들으며 믹스테이프를 만들었던 추억에 젖습니다. “정말 저걸로 음악을 들었나요?”라고 묻는 당신에게 2000년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고 있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컬러 스키니진을 입은 소녀시대.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 무지개색 통 좁은 바지 뭐예요? 

스키니진. 피부처럼 달라붙는 청바지를 뜻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행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청바지의 대명사가 됐죠. 10여년 전, 서랍에 채워진 청바지 대부분은 스키니진이었습니다. 스키니진이 아닌 바지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09년 걸그룹 소녀시대가 노래 ‘Gee’를 발표했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스키니진을 입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후 대학 캠퍼스에는 형형색색의 스키니진을 입은 학생들이 넘쳐났습니다. 다만 달라붙는 특성상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니었습니다. 혈액순환 저하와 소화불량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었죠. 

현재는 어떨까요. 유행은 다시 돌고 돌았습니다. 스키니진 대신 통이 넓은 바지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는데요. 온라인에서는 최근 스키니진을 ‘엄마바지’라고 부른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스키니진을 소비한 청년들이 어느새 자녀를 키우는 세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김모(31·여)씨는 “아직도 스키니진을 좋아해서 종종 입고 다닌다”며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내가 입는 옷이 엄마바지라고 불린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싸이월드 제트 제공. 
◆ 도토리, 포도알, 퍼가요~♡ 무슨 말이에요?

“일촌 신청할게” 2000년대 새내기 대학생들이 친구를 사귈 때 건네는 말 중 하나였습니다. 국내 SNS의 조상님으로 평가되는 싸이월드. 일촌은 현재 ‘페이스북 친구’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파도타기’도 일촌을 맺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미니홈피 ‘대문’으로 불렸던 프로필에 각자 좋아하는 사진·문구를 넣었습니다. 드래그해야만 알아볼 수 있도록 흰색으로 문구를 쓰기도 했죠.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를 써서 아바타를 꾸미고 배경음악을 깔았습니다. 

미니홈피에는 일기장 기능도 있었습니다. 일기를 쓰면 ‘포도알’을 하나씩 받았습니다. 모은 포도알은 일기장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로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종종 온라인에서 누군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할 때 “이런 건 네 일기장에 쓰고 포도알이나 받아라”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싸이월드에는 앨범 기능도 있었는데요. 상대방 미니홈피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다면 자신의 미니홈피로 스크랩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자동으로 퍼가요~♡ 라는 댓글이 상대방에게 달렸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SNS가 등장하며 사라졌던 싸이월드. 다음 달 재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론은 갈립니다. 사진과 다이어리, 방명록 등 예전 추억을 찾아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싸이월드 아이디 찾기 예약 신청에는 3일 만에 10만명이 몰렸습니다. 반면 잊힐 권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과거가 마음대로 들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입니다. 

유튜브 스튜디오 룰루랄라 '라떼월드' 캡처. 
◆ 그네 타고 빵 먹는 거 유튜브서 봤어요

눈꽃빙수, 커피번, 요거트 아이스크림. 카페 대신 2000년대 길거리를 채웠던 가게들입니다.  디저트 전문점 ‘캔모아’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추억의 장소입니다. 창가쪽 테이블에는 그네 의자가 있었습니다. 눈꽃빙수와 파르페, 생과일주스가 주메뉴였죠. 무한리필 되던 토스트와 생크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의 조모임 장소로 활용되던 민들레영토도 있습니다. 음료 한 잔 당 요금을 계산하지 않고 문화비(기본요금)를 내고 빵과 음료를 무한리필 받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치즈떡볶이와 리조또 등의 식사메뉴도 있었죠. 알프스 소녀 하이디 차림의 알바생이 무릎을 꿇고 하이톤으로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해물떡찜, 로티보이, 레드망고 등이 당시 추억의 장소입니다.

먹거리뿐만이 아닙니다. 독특한 즐길 거리도 있었죠. 어벤져스와 싸우던 치타우리 종족이 승리 끝에 지구를 정복, 한국에 노래방을 차린다면 이런 모습일까요. 밀레니엄 시대 1020을 열광하게 한 데몰리션 노래방. 에일리언을 모티브로 꾸민 인테리어가 특징입니다. 외계인 입을 열고 들어가 갑옷 의자 위에서 가수 김현정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들이 지금 당신의 상사일 수 있습니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영업을 하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추억을 찾겠다며 멀리까지 가는 이들도 있죠. 05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던 채모(35)씨는 “지금 보면 촌스럽겠지만 추억 가득했던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직장인 A씨는 “중학생 때 돈이 없어서 빙수 하나 시키고 토스트와 생크림 무한리필했었다”며 “당시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데몰리션 노래방.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문가 “90~00년대 ‘이때가 참 좋았어’ 돌아보는 시기”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2000년대를 사회 격변기였던 90년대의 영향이 이어진 시기라고 봤습니다. 우리나라는 97년 경제적 변곡점인 IMF를 겪었습니다. 상승하던 경제곡선은 바닥을 향해 꼬꾸라졌습니다. 평생직장 개념은 깨졌습니다. 회사보다는 개인의 삶이 더 중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00년대 후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다시 한번 반복됐습니다. 정 평론가는 “사람들은 어려웠던 시기가 아니라 그 이전에 주목한다. ‘그때 참 좋았어’라고 추억한다”며 “그게 바로 90년대와 00년대 초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대, 여전히 과거가 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 평론가는 급격한 디지털화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아날로그를 경험한 세대들은 과거를 복고로 추억한다”며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들은 그 경험 자체를 신선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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