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 계약 해지 사유 늘어났지만

노인 피해 예방 위해 과감한 변화 필요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최근 중고차를 구매하러 갔던 60대 남성이 중고차 매매 집단에 8시간 강금당하고 차를 강매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차를 싸게 판다고 허위 광고를 올려 찾아오는 이들에게 다른 차량의 구매를 설득하거나 차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감금하는 행태도 보였다. 이는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이 희생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왔다. 

상거래 과정의 이같은 비상식적 행위는 비단 중고차 거래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고차 거래만큼이나 거래 과정에서 비상식적 행위가 넘쳐나는 곳이 분양 시장이다. 특히 오피스텔 분양시장의 문제가 심각하다. 예컨대 길 가던 사람을 골 방 같은 분양 상담실로 끌어들여 온 갓 감언이설과 거짓말로 속이고, 압박해 분양 계약을 성사시키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다. 피해자들은 뒤늦게 계약해지를 요구하지만 ‘위약금’이라는 족쇄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틀어막는다.   

국토교통부도 분양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사업자가 거짓·과장 광고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처분을 받은 경우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섰다. 계약서나 전단지, 인터넷홈페이지에 올라온 분양 내용이 실제 분양과정에서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위약금 없이 해지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토부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비문서인 분양원의 구두약속은 표시·광고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 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분양 상담원들의 감언이설과 거짓말로 발생하는 피해를 예방하지 못 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같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도 된다. 녹취하지 않는 이상 사람의 기억에만 의지하는 구두발언을 바탕으로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일한 피해 예방 방법은 분양을 받는 사람이 조심하는 길 밖에 없다. 분양 상담원의 말 보다 계약서 또는 공고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잡아내는 방법뿐이다. 분양상담 과정을 녹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도 이러한 문제에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정부는 분양 현장에서 상담원의 발언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인지능력이 하락하는 노인층에 대한 보호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과감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노인층에 한해서라도 ‘청약철회권’ 등의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가입한 후 일정기간 안에는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청약철회권을 두고 있다. 이러한 철회권이 상거래 질서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분양 현장의 문제를 물리적으로 모두 잡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피해 예방을 위해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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