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진천군 ‘원스톱 통합돌봄’ 주목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진천군 ‘원스톱 통합돌봄’ 주목

충북 진천군 ‘생거진천 케어팜’. 보건복지부 제공

# 2년 전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는 오정숙(80·가명·충북 진천)씨는 몸이 아픈 것보다 외로움을 참기 힘들었다. 자식들과도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의지할 곳이 없던 오씨는 지역에서 운영하는 ‘의료·돌봄 통합지원’ 서비스를 신청하게 됐다. 이후 집으로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가 주기적으로 찾아와 말벗이 돼주고 건강을 챙겨주니 위안이 됐다. 오씨는 “서비스 참여 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며 “감사하게도 여러 도움을 받으며 끼니를 거르지 않고 당뇨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군이 의료·돌봄 통합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노쇠와 만성질환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고령자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자택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향후 지역 주민들이 병원 퇴원 후에도 살고 있는 집에서 연속적인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모범 사례를 적극 발굴·확장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지난 20일 진천군청에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을 만나 “2019년부터 ‘우리 동네 거점돌봄센터’를 운영하며 의사, 약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이 어르신들의 집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관리 및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요양병원·시설 등에 가지 않고 집에서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통합돌봄지원)에 참여하고 있는 진천군은 △퇴원 환자 지역사회 연계 △통합간호센터 ‘우리 동네 돌봄스테이션’ △‘생거진천 재택의료센터’ △동네 복지사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거점돌봄센터’ △‘생거진천 케어팜’ 등 특화사업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통합돌봄지원은 노쇠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다양한 기관이 연계해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내년 3월 본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진천군의 전체 인구는 8만6537명으로 이 중 노인이 19.4%(1만6767명)를 차지한다. 반면 관내 종합병원은 단 1곳으로 모든 지역 주민을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진천군은 급속히 늘어나는 지역 노인 인구와 부족한 보건의료 자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통합돌봄지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진천군은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군청 주민복지과 통합돌봄팀을 중심으로 보건소(방문보건팀, 치매안심센터), 민간 지원기관 등으로 구성된 복지서비스 관리 체계·조직을 구축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20일 진천군청에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을 만나 “어르신들이 요양병원·시설 등에 가지 않고 집에서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덕희 진천군 문화복지국장은 “통합돌봄지원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편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높은 사업 만족도의 비결은 병원 퇴원 후 환자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원스톱 서비스’ 덕분이라고 했다.

진천군은 병원 입원부터 퇴원 후까지 지역사회에서 주민이 건강하게 회복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병원 입원 직후 간호사나 사회복지사가 환자 병실을 찾아 초기 상담을 실시하고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사례회의를 통해 퇴원지원계획을 수립한다. 퇴원 후엔 건강관리, 돌봄, 요양, 일상생활 지원 등 통합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며 퇴원 환자의 상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유휴지를 텃밭으로 조성해 지역 어르신, 장애인들이 함께 가꾸는 ‘생거진천 케어팜’은 신체·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정 국장은 “케어팜은 지역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텃밭을 가꾸고 차를 마시며 직접 재배한 작물을 팔거나 요리해서 나눠 먹는 등 일상을 아울러 보내고 자연스럽게 돌봄 부담을 경감하는 진천군만의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7년간 진천군 통합돌봄 모델을 설계·운영한 이제철 통합돌봄팀 주무관은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돌봄 대상자 욕구에 맞게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통합돌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면서 지역 모범 사례가 타 지역에도 정착될 수 있도록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주무관은 “장기요양등급 신청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르신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입원 시점부터 서비스가 연계되는 골든타임 관리가 중요하다”라며 “각 지역별로 분절된 의료·돌봄 자원들이 통합돼 주민들에게 제공되고, 진천군과 같은 모범 사례들이 퍼질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통합돌봄 사업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어나갈지가 중요하다”면서 “내년 통합돌봄 본격 시행에 앞서 개선점은 없는지, 지역 모범 사례를 다른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등을 상세히 알아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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