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로 촉발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에너지 뉴노멀 시대를 열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부터 생산된 DC(직류) 전력을 더욱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조달하는 것이 전력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1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2025 국제 전기전력 전시회(EPTK 2025)’는 이러한 핵심을 달성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의 송배전·전력기기 등 설비·기자재 인프라부터 스마트그리드·솔루션 등 시스템 인프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업 간 교류의 장이다.
올해로 21회를 맞게 된 이번 전시회는 전 세계 20개국 21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총 470여 부스 규모로 진행된다. 중견·중소기업의 전력산업 수출기반 구축 및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한국전력·한전KDN와 발전5사(남동·남부·서부·동서·중부발전) 등 23개 기관·단체가 참여했으며, 특히 그간 전기에 머물러 있었던 테마를 에너지, 환경 등으로 확장했다.
한전은 올해 전시회에서도 친환경 미래도시 ‘DC타운’과 함께 각종 송배전 솔루션을 선보였다. DC타운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AC(교류)가 아닌 DC로 직접 소비자(기업·가구)에 전달해 도시 자체에서 전력을 조달·소비할 수 있는 형태다.
DC 전력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려면 변압기 등 송배전 설비, ESS(에너지저장장치), 안전관리 시스템 등 전 과정의 기술 고도화가 필수다. 한전은 한전KDN 등 산하 기관을 통해 이러한 시스템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전은 올해 전시회에서 ‘전자파 이해증진존’을 운영, 변전소 등 전력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창구를 마련했다. 이는 최근 김동철 한전 사장이 이현재 하남시장과 면담까지 했음에도 진전 없이 지연되고 있는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 등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한 목적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은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인허가 결정을 받았음에도 하남시 반대로 답보 상태다. 당시 한전은 “7차례 이상의 설명회를 실시했으며, 공인된 전문기관에 의뢰해 주민들이 원하는 51개 장소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변전소 주변 전자파는 냉장고나 TV 등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생활 전자파 수준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전시회의 한전 부스 관계자는 “전자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실거주자인 주민들의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해 존(zone)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한전KDN 부스에선 한전 등 전력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배전망 관리 시스템(ADMS), 재생에너지 감시 제어장치(FRTU-DER) 등 시스템 인프라를 볼 수 있다. ADMS는 배전계통의 모든 설비를 종합 관리하는 지능형 배전망 관리 운영시스템으로, 기존 시스템 대비 실시간 데이터 처리, 빠른 장애처리를 통해 재생에너지 등 전력 조달 과정의 안전성·효율성을 제고하는 솔루션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번 전시회에서 전기설비 안전점검 및 관리 솔루션을 소개했다. 전기설비 사고 예방을 위해 정교한 VR(가상현실) 기반 교육훈련 시스템을 구현한 데 이어, 전기설비원격점검장치를 활용해 전국 일반용 전기설비의 재해예측(AI) 서비스를 구현했다. 전기안전공사 부스 관계자는 “현재 전국 4만7200여 개소의 전기설비에 대한 누설·전압·전류에 대한 이벤트 발생 데이터를 30분 단위로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빅데이터가 더 쌓이면 쌓일수록 원격점검 시스템의 고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에서도 다양한 기자재 및 시스템 인프라를 선보였다. 글로벌 전력설비·솔루션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는 올해 한국시장 진출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부스에서 ‘전기화를 통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미래(Electricity makes Energy Green!)’를 주제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스마트 전원 공급(Smart Supply), 스마트 에너지 관리(Smart Management) 등 ‘3S 솔루션’을 소개했다.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 라인업, DC 전력기기 제품군, 배전용 몰드 변압기 Trihal 등 설비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용 스마트 쿨링 통합 솔루션과 더불어 EcoConsult, EcoCare, EcoFit로 대표되는 ‘스마트 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선보였다.
EcoConsult는 컨설팅·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통해 설비의 잠재적인 안전·성능 문제를 식별해 효율성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이며, EcoCare는 최신 IoT 플랫폼, AI 분석 기술을 접목해 유지보수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EcoFit은 설비 및 장비의 수명을 연장하고 업그레이드하는 프로그램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관계자는 “자사가 보유한 폭넓은 기술력을 토대로 컨설팅부터 유지보수, 장비교체까지 가능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특히 올해는 변압기와 모터를 중심으로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전시회는 중소기업의 판매 활로 및 해외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 상담회, 신제품 공공구매 상담회 등 이전보다 더 다양한 매칭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전력기기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전력기기 등 기업의 기술력이 높고 참신한 특허기술도 많지만 이를 여러 국가에 소개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AI 시대에 한국의 기술력이 전 세계 곳곳에 전파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