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기사 실종’…바둑리그 신인상 2년 연속 ‘중국 용병’이 받는다

’신예 기사 실종’…바둑리그 신인상 2년 연속 ‘중국 용병’이 받는다

한국바둑리그, 2년 연속 신인상 후보에 ‘한국 기사 없음’
지난해 중국 랴오위안허 9단 신인상 수상 이후 2년 연속
올해는 진위청-판인 2파전…리그 성적 좋은 진위청 유력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신인상 후보는 진위청, 판인 등 모두 중국 용병이다. 바둑리그 홈페이지 캡처

중국 바둑리그에선 신진서 9단이 지난 시즌 ‘15전 전승’으로 팀을 정상에 올렸음에도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개인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바둑리그에서는 2년 연속 중국 기사가 ‘신인상’을 수상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시즌에도 바둑리그 신인상 주인공은 ‘중국 용병’ 진위청과 판인, 둘 중 한 명이다. 2023-2024 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사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국기원이 정한 신인상 선정기준은 ‘바둑리그 1년차 선수 중 정규시즌 승률 30% 이상자(최소 대국 수 6국 이상)’인데, 2년 연속으로 한국 기사 중에는 대상자가 없었다.

이번 2024-2025 시즌 바둑리그 신인상 후보는 원익 팀 용병 진위청과 수려한 합천 용병 판인 선수다. 진위청은 정규시즌 여섯 경기에 출전해 4승2패, 판인은 6경기 2승4패를 기록했다. 온라인 팬투표와 기자단 투표를 합산해 선정하는 신인상 수상자는 올해 더 좋은 성적을 보인 진위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둑계에 신예 기사가 ‘실종’된 현재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바둑계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 바둑리그인 ‘갑조리그’에서도 2년 연속 신인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 바둑협회 주석 자리에 오른 창하오 9단은 “최근 2년 연속 18세 미만 기사가 승률 5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신인상 수상자가 없는 갑조리그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 9단은 과거에는 “스웨, 판팅위, 탕웨이싱, 커제, 구쯔하오, 셰얼하오, 왕싱하오, 투샤오위 등이 모두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갑조리그에서 활약했다”면서 “당시에는 수상자 선정이 어려울 만큼 치열했다”고 복기했다.

그러면서 창하오 9단은 “2025년 갑조리그(중국 바둑리그)에서는 중국 선수들에게만 수여해왔던 개인상 선정 규정을 바꾸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수상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른바 ‘LG배 파행 사태’ 이후 중국이 외국 선수 출전을 불허하면서 올해는 한국 기사들이 중국 바둑리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시즌 바둑리그 시상식에선 불참한 랴오위안허 9단을 대신해 박승화 감독(오른쪽)이 신인상을 대리 수상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 2023-2024 시즌에서 신인상을 중국 기사가 받은 건 21년 바둑리그 역사에 처음 등장한 장면이었다. 지난해는 외국 용병 도입 첫 해였는데, 용병제를 시행하자마자 중국에서 날아온 24세 용병 랴오위안허 9단이 한국바둑리그 신인상을 차지한 것이다.

랴오위안허 9단은 이미 중국 갑조리그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정상급 기사로, 당시에도 신인상 수상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중국 바둑 랭킹 20위권 안쪽에 있는 랴오위안허 9단(2025년 5월 기준 19위)인 만큼, 비록 한국바둑리그는 첫 출전이라고 하지만 신인상 대상자라는 점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당시 신인상 후보에는 메이저 세계대회인 란커배에서 세계 최강 신진서 9단을 꺾고 우승한 중국랭킹 1위 출신 구쯔하오 9단, 2017년 메이저 세계대회인 LG배 우승을 차지한 당이페이 9단 등도 있었다. 당이페이 9단은 최근 중국 바둑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세계 최정상급 기사인 구쯔하오나 당이페이가 신인상을 받았다면 더욱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뻔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은 한국보다 허들을 높여 ‘승률 50%’ 이상을 달성한 선수에게만 신인상을 수상하고 있는데, 한국은 6경기에 출전해 승률 30%만 달성하면 신인상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후보가 없다면, 중국과 같이 신인상 대상자가 없는 해에는 아예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올해 바둑리그 시상식에도 신인상은 해당 팀 감독이 ‘대리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신예 가뭄 현상은 향후에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프로기사 정두호 4단은 지난 4월 소셜미디어에 “8명을 뽑는 한국기원 연구생 모집에 단 6명이 지원해 사상 처음으로 미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국 바둑계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번 시즌 바둑리그 MVP 후보. 왼쪽부터 영림프라임창호 주장 강동윤 9단, 2지명 박민규 9단, 3지명 송지훈 9단.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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