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나오면 끝?”…이중약가제 빈틈에 ‘공급 공백’ 우려

“제네릭 나오면 끝?”…이중약가제 빈틈에 ‘공급 공백’ 우려

국내 이중약가제, 제네릭 출시되면 오리지널 적용 철회
유방암 표준치료제 ‘파슬로덱스’, 8월 약가 인하 예고
“필수의약품이나 가격 보존 필요한 성분은 이중약가제 유지해야”

항암제 등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오리지널 의약품이 제네릭의 출시와 함께 이중약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항암제 등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인 오리지널 의약품이 제네릭(복제약)의 출시와 함께 이중약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수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 인하로 인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 고시를 통해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한해 이중약가 계약을 허용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중약가제는 의약품의 표시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그 차액을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도록 한 제도다. 제약사와 정부가 합의한 실제 가격은 비공개로 두고 보험 상한금액만 공개하는 구조로, 외국에서 국내 약가를 참조하면서 이어지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이중약가제는 위험분담제(RSA) 등을 통해 일부 고가의 신약이나 중증·희귀질환 치료제를 쓸 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네릭이 등재되면 적용을 멈춘다. 업계는 임상 현장에서 표준 치료제로 사용하는 오리지널 약제가 제네릭이 출시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사용 중인 공공성 높은 오리지널 약제들이 약가 인하로 인해 공급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인 이중약가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제인 ‘마도파정’의 경우 제네릭이 출시된 뒤 약가 인하 등의 영향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일부 제네릭 제품에서 부작용 우려와 치료 효과의 불확실성이 제기되자,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는 오리지널 약제의 재공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파킨슨병 환우회 관계자는 “제네릭 복용 후 어지러움, 소화장애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서 정부와 업계에 마도파정의 재도입을 촉구했지만 약가 문제 때문에 추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전이성 유방암 영역에서 표준 치료제로 쓰는 오리지널 항암제의 공급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풀베스트란트 성분의 오리지널 약제인 ‘파슬로덱스’가 제네릭의 출시로 오는 8월 약가 인하가 예정돼 있다. 이 약제는 유럽종양학회 등이 유방암 치료에서 우선적으로 권고하는 치료제로, 지난해 11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 치료제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김희준 중앙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해당 의약품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신약과 병용해 사용하고 있다”며 “수많은 연구가 이 오리지널 약제를 기반으로 진행됐는데, 기준이 되는 치료제가 국내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계는 현행 약가제도로 인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오랫동안 대안을 논의해 왔으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항암 치료에 쓰는 약제가 적절한 치료 옵션으로 유지되고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 약학계 교수는 “위험분담제 같은 환급형 제도는 필수의약품의 경우 제네릭 유무와 관계없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해외에서도 제네릭 출시 여부와 상관없이 위험분담제를 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험분담제를 이어가는 것이 정부 입장에선 행정적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가격 유지가 필요한 성분 또는 필수의약품이라면 정부가 개별 제약사나 관련 협회와 협의해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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