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은 양육비 못 받아…실효적 개입 위해선 “제도·인식 개선 필요”

10명 중 7명은 양육비 못 받아…실효적 개입 위해선 “제도·인식 개선 필요”

1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양육비 이행 지원 제도 발전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노유지 기자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전체 한부모 10명 중 7명이 양육비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이에 지난 1일부터 정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추후 회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제도 운용을 위해 법령을 개선하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양육비 이행 지원 제도 발전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법률 전문가들이 참석해 양육비 미지급 실태를 짚고, 선지급제를 비롯한 관련 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이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아이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한부모가족에게 정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한 뒤 채무자인 비양육자로부터 강제 징수한다. 비슷한 성격의 한시적 긴급지원제와 달리 가구 중위소득 조건이 50%에서 150% 이하로 완화됐다. 이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선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행관리원은 특수법인으로 전자정부법에서 규정하는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양육비 이행 강제와 회수 업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행정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이 되지 못하더라도 이행관리원장이 (양육비 채무자) 관련 정보를 직접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재판상 이혼 절차 진행 과정 중 제도적·인식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제기됐다. 전 교수는 “기존 유책주의 이혼 제도를 파탄주의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이혼하는 부모가 자녀의 양육에 협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탄주의는 서로 책임을 묻기 위해 상호 비난하게 되는 유책주의와 달리 어느 배우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다.

최인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지속적인 양육비 이행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비양육자의 자발적인 지급 의지가 필요하다”며 면접교섭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공공기관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실무 경험을 통해) 양육비와 면접교섭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와 자식이 단절돼 있으면 남처럼 될 수밖에 없고 양육비 지급에 대한 책임감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양육비 선지급제 구조가 제도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언급됐다. 김선희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선지급 후회수 구조상) 채무자의 재산 은닉, 무직, 무소득 상태, 주소 불명 등 사유들로 인해 실제 회수율이 저조할 위험이 있다. 국고의 지속적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 제도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며 “회수 실패로 인한 손실을 보전할 만한 재원 마련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선지급제 시행으로 채무자 동의 없이 소득 재산 정보 파악이 가능해졌다는 데 기대감을 보였다. 장정인 양육비이행관리원 법률구조본부장은 “현재 사건을 접수해도 채무자가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하지 않으면 재산을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금융기관을 상대로 투망식 압류·추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도입된) 선지급제 대상 가구의 채무자는 동의 없이도 재산 확인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장 법률구조본부장은 양육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최후의 조치라고 생각되던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으면 양육비 지급이 잘 안될 수 있다”며 “양육비를 안 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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