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덴만 영웅’으로 불리는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14일 충북 괴산의 한 훈련소에서 군의관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필수의료과 기피와 의정 갈등, 대형 병원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15일 의료계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등에 올라온 ‘이국종 교수 군의관 강연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이 병원장은 강연에서 의료계 문제를 짚으며 젊은 의사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병원장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같은 대형병원의 고령 교수들과 공무원들에게 평생 괴롭힘을 당하며 살기 싫다면 바이탈과는 하지 말라”며 “절대 나처럼 살지 마라. 돌아오는 건 해고통지서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평생 외상외과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면서 “나와 함께 외상외과에서 일하던 윤한덕 교수는 과로로 사망했다. 너희는 그렇게 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고(故) 윤한덕 교수는 2012년 7월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을 맡아 당시 아주대의료원 외상연구소장으로 있던 이 병원장과 함께 닥터헬기를 도입하고,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와 재난·응급의료 상황실 설립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이다. 윤 교수는 2019년 설 연휴 기간인 2월4일 근무 중 병원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고인은 사망하기 전 일주일간 129시간 이상 일하다 과로가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장은 전공의 수련 환경과 대형병원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며 “교수들은 중간 착취자가 맞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를 짜내서 벽에 통유리를 바르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병원이 수가 인상을 요구한다”면서 “움집이나 텐트만 있어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라면 진료 받으러 온다. 대리석 같은 인테리어는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의대생을 조롱하고 복귀를 가로막는 의료계의 행태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도 쏟아냈다. 이 병원장은 “복귀자와 패싸움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들 착하다”라며 “감귤 정도로 놀리는 거 보니 귀엽다”고 전했다. ‘감귤’은 복귀 전공의·의대생을 ‘감사한 의사들’이라고 조롱하며 부른 것에서 파생된 은어다.
이 병원장은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먹는 나라다. 수천년 이어진 조선의 DNA는 바뀌지 않는다”라며 “조선에는 가망이 없으니 너희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조선을 떠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