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또 싱크홀…“우리 학교도 무너질까 봐 무서워요”

도심 속 또 싱크홀…“우리 학교도 무너질까 봐 무서워요”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 발생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중에 사고를 접했습니다. 근처라 우리 학교도 무너질까 봐 걱정됐죠. (싱크홀이) 차 한 대 정도 크기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너무 커서 무서워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 인근 5분 거리에 거주하는 김모(17·남)군은 “사고 현장이 집 앞이어서 바로 어머니께 전화드렸다. 어머니께서도 이쪽(사고 현장)으로 다니지 말라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심 곳곳에서 잊을 만하면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전날 강동구 싱크홀 사고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7개월 만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20년 3월25일~현재) 서울에서 신고된 ‘싱크홀 등 지반침하사고’ 건수는 모두 86건이다.

학생·주민 “가슴 철렁해”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더 이상 남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명일동에서 20년간 거주한 김모(60대·여)씨는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가슴이 철렁했다”며 “그동안 이 동네에서는 큰 사고가 없었다. 사망자까지 나왔다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현장 인근 학생들의 안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한영중·고등학교, 한영외국어고등학교, 대명초등학교가 이날 학교장 재량 휴업을 시행했다. 대명초 3학년 김모(10·남)군은 “싱크홀 생긴 곳이 친구 집으로 가는 방향이다. 같이 놀기로 했는데 못 가고 있다”며 “지나가기가 무섭다”면서 사고 현장을 바라봤다.

이날 휴업한 해당 학교들은 내일부터 정상 등교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내일이 전국연합 학력 평가 날이라 학생들이 시험을 봐야 한다”며 “사고 현장과 떨어진 후문 등으로 우회해서 등교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곽경근 대기자

서울시 “다음 달 정기 점검 대상지였다”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직후 서울시는 ‘지반침하 사전 예방을 위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굴착 공사장 주변을 대상으로 GPR 탐사를 포함한 특별 점검을 해마다 1, 2회에서 매달 1회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지하안전관리 업무를 보강하고자 ‘도로혁신TF’도 신설해 가동하고 있다.

해당 구간 일대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 특별 점검을 앞둔 곳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싱크홀 발생 구간은 지난 2019년 마지막 정기 점검에서 이상 징후가 없었다”며 “다음 달부터 굴착 공사장 대상으로 GPR 탐사 등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구간은 지난 2021년 착공한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장 인근이라 점검 대상지에 포함됐다.

전문가 “현장 관리 부실했을 가능성”

전문가는 해당 구간에서 진행된 지하철 9호선 연장 사업과 서울세종도로 지하 구간 공사 등이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2014년에도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 윗부분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는데, 그때와 유사하다”며 “다른 것은 인명피해 여부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해 법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공사하기 전, 지하안전평가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된 보고서를 읽어보니 평가가 제대로 진행된 게 없다. 현장에서 시공 관리, 공사 품질 관리 등도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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