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특허 전쟁 시작되나…시장 경쟁 저해 논란

보험업계 특허 전쟁 시작되나…시장 경쟁 저해 논란

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특허권을 획득해 20년간 독점 판매하는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 제한 논란이 거세다. 보험상품에 대한 특허권 획득은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은 경쟁 제한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형 생명보험사(A보험사)의 보험상품 특허권 취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보험사가 보험상품 특허권 취득이 경쟁을 제한한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 B보험사 관계자는 “(독점 판매 기간이) 과도하게 긴 특허권을 활용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보험사는 A보험사의 특허권 출원으로 마무리 단계였던 보험 상품 출시를 백지화했다. B보험사는 해당 보험과 연관된 A보험사의 배타적 사용권이 이달이면 만료돼 다음 달 출시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관련 특허가 출원되면서 앞으로 20년간 해당 제품을 출시할 수 없게 됐다. B보험사 관계자는 “선례가 없어 특허권까지는 미리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면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지정하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해 최장 12개월까지 독점 판매하는 식으로 권리를 보장받아 왔다. 하지만 대형 생보사가 수천만원을 들여 출원한 특허권은 독점 판매를 20년까지 보장한다.

대부분 보험사는 특허권 분쟁으로 상품 개발이 위축될 것이라고 본다. 보험상품 특허 지정 선례가 적은 만큼 특허 상품과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사한 상품을 내놨을 때 어디부터 특허에 저촉되는지를 판단해 본 경험이 없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개발한 상품에 대해) 법적 자문을 받아 보니 특허권을 가진 회사에서 유사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면서 상품 개발 부담을 호소했다.

반면 A보험사는 특허권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원천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것이 아니므로 충분히 다른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보험사는 장기요양 대상자가 요양서비스 이용량을 예측하고 보험료를 산출하는 모델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주 내로 노인 돌봄 로봇에 대한 특허도 획득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특허권이 실제 상품 개발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타적 사용권에 대해 잘 아는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상품 출시를 제한하는 배타적 사용권과 달리 특허권은 조금만 달라도 다른 상품으로 본다”면서 “20년 특허를 받았다고 해서 그와 유사하거나 큰 범위 내에서 같은 범주의 상품을 못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경쟁 제한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기본적으로 회사 상품 개발, 신상품 개발을 경쟁 이슈로 접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쟁이 제한된다는 시각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특허권 활용을 막을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허는 특허청의 고유 업무”라며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일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에 저희가 개입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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