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 가상자산 기조의 트럼프 도널드 행정부 출범에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가상자산 정책이 규제 완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미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설 이후에도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의 요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회계 지침 ‘SAB 121’을 철회했다. SAB 121은 지난 2022년 도입된 지침으로 은행 등 상장사들이 사용자의 가상자산을 자사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이 떨어지는 효과를 불러와 사실상 은행의 가상자산 취급을 제한하는 조치로 작용한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드러나는 가시적 정책 변화의 결과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SEC는 은행의 가상자산 취급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앞서 미 의회는 SAB 121을 폐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동시에 180도 상황이 뒤집어진 셈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트럼프 정책 기조에 맞춰 올해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118대 미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親 가상자산 법안들이 올해 제·개정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현재 미 상·하원은 트럼프 대통령 소속당인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시장의 변화를 불러올 대표적 법안으로 △‘21세기 금융혁신기술법(FIT21) △지급 스테이블코인 법 △반CBDC 법 △비트코인 Act 법 등이 꼽힌다. FIT21은 가상자산을 SEC가 규제하는 증권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제하는 디지털상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가상자산의 감독권을 CFTC에 넘김으로써 SEC의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급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명확히 하는 법안이며, 반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법안은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는 데 반대하는 법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의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어 법안 통과 시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비트코인 Act 법안은 비트코인 전략비축 법안으로, 미 재무부가 향후 5년에 걸쳐 비트코인 총공급량의 5%에 해당하는 물량을 매입하는 내용이다.
김현정 키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 내용과 추진 속도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앞서 트럼프의 정책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미국 내 가상자산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들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규제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이어 2단계 가상자산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가상자산 법인 계좌,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등을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2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에는 언급이 안 됐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공약 이런 부분을 볼 때 미국이 기존에 갖고 있던 스탠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금은 보폭을 더 빠르게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