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9일 황금연휴지만 고향 못가는 이들…어떤 사연

최장 9일 황금연휴지만 고향 못가는 이들…어떤 사연

의료계 종사자·수험생 등 업무·수험 등 이유로 귀성 못해
‘명절 스트레스’ ‘정치 갈등’ 등 자발적 회피 모습도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 “가족 구성원 불편하게 하는 말 피하는 노력 있어야”

서울의 한 공공병원 응급의료센터. 쿠키뉴스 자료사진

27일이 임시공휴일 지정되면서 최장 9일의 설 연휴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다만 설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이들도 꽤 많다. 고향에 가고 싶지만 업무나 공부, 그 밖의 이유로 가지 못하는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과거에 비해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줄었다고 하지만 노량진 학원가는 연휴 내내 북적일 전망이다. 곧 치러질 공채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 참 소중하고, 각종 특강들이 열리기 때문이다. 

시험 직군·과목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세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대비해 ‘열공 모드’인 것은 틀림없다.

24일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행정직 공무원 수험생 채현준씨(29·남)는 이번 연휴에 그동안 집중적으로 하지 못한 수험노트 정리에 나설 계획이다. 명절 당일만 차례와 성묘를 위해 조부모님 댁을 방문해 가족들과 만날 생각이다.

광주 동구에서 노량진 학원가에 올라온 김모씨(27·여)는 오는 세 달 뒤 4월5일 치러질 검찰직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있지만 고향을 찾을 생각이다. 마무리 학습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가족들의 응원을 받기 위해 짧게라도 고향을 다녀오겠다고 결심했다. 설 명절 특강은 온라인 강의를 활용할 생각이다. 새벽 시간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어렵게 구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했다.

김씨는 “가족 대다수가 공무원이셔서 수험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격려해주고 힘을 주는 집안 분위기다. 응원을 받으러 가는 목적이 크다”며 “고향집에 가서는 온라인 강의를 들을 것 같다. KTX를 다녀오면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모습. 황인성 기자

의료계 종사자들은 황금연휴가 더 바쁜 기간이기도 한다. 안양에서 치위생사로 일하는 조은지씨(28·여)는 이번 명절에는 귀경길에 오르지 못한다. 치과 병원은 명절이 일명 대목으로 불리기 때문에 휴일 근무를 해야만 한다. 

조씨는 “휴일 근무하면 휴일 수당을 받지만, 그보다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며 “다음 추석 명절에는 꼭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료 대란에 따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가운데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정상 근무를 한다. 병동 간호사 최연희(가명, 32세)는 “입원환자를 돌봐야 한다. 간호사나 의사나 연휴에 일해야 하는 건 똑같다”며 “코로나19 유행 때는 보호자 면회가 안 돼서 우울해하는 환자분들도 있었고, 병동이 좀 우중충한 분위기였는데 그래도 지난해부터는 짧게라도 면회가 가능해서 나름 명절다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부담감이나 명절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귀성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30대 직장인인 염민섭씨는 회사 업무를 핑계로 대전 고향집을 찾지 않기로 했다. 내심 결혼을 압박하는 부모님의 등쌀에 명절 집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염씨는 “사실 회사에 급한 업무나 일이 있진 않은데 당직 근무가 있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놓았다”며 “대신 책도 읽고 친구들도 만나도 차분한 연휴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동현씨(38·남)는 부모님댁은 가지만 큰집은 안갈 계획이다. 명절 때 큰집을 방문할 때마다 정치 얘기를 두고 가족 사이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말 탄핵 정국을 거지면서 이념적 갈등의 양상이 커지고 있고, 결혼이나 취업 등 예민한 것들에 대한 대화 자체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습들이 있다”며 “가족들이 모이면 최대한 서로 존중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불편할 만한 것들을 피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