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설 명절, 전통시장에 온기 닿을까 [가봤더니]

따뜻한 설 명절, 전통시장에 온기 닿을까 [가봤더니]

사과·배 한 박스에 7만원…“제수용 과일 잘 안 팔려”
추석보다 손님 늘었다지만…“명절 특수는 없어진 지 오래”

영등포청과물시장에서 시장 상인이 감을 판매하고 있다.   김동운 기자

“요즘은 사과, 배 잘 안나갑니다. 차례나 제사를 거의 안 지내 박스로 사가는 사람이 드물어요. 농민들도 작황이 안 좋아서 열매 절반은 버린답니다. 우리같은 상인이나 농부들이나 모두 힘든 시기에요.”

설 명절을 앞둔 평일 영등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 모(64세)씨의 담담한 표정에서 자영업자의 고난이 엿보였다. 김 씨는 “그나마 감이 작황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사가는 편”이라며 “제수용 과일들은 대형마트에서 낱개로 구매해 청과물시장에서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청과물시장에서 사과와 배를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유는 비싼 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보였다. 사과 5kg 한 박스에 6만원, 배 5kg 한 박스는 7만원에 달했다. 반면 한라봉 5kg는 4만원에서 4만5000원 사이, 감 5kg는 4만3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기자가 방문한 청과물가게에서 감 한 상자를 구매한 한 모씨는 “가족들이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자고 해서 박스로 사과나 배를 구매할 일이 없다”며 “아내가 좋아하는 감을 사려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일들 중 사과와 배의 가격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9.8% 올랐다. 신선식품 지수는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한 소비자물가지수다. 이 중 과일류는 16.9% 상승했는데 사과는 30.2%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는 71.9%, 감은 36.6% 올랐다. 

영등포전통시장은 23일 설 대목을 앞두고 방문 고객들이 평상시보다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김동운 기자  

영등포 청과물시장 인근에 위치한 영등포 전통시장은 평상시와 달리 좀 더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9월 기록적인 폭염이 추석까지도 이어지면서 발길이 끊겼던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활기찬 분위기였다.

다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 숨은 청과물시장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깊고 우울했다. 떡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시장상인 이 모씨(67세)는 “4인 가족들도 많지 않다 보니 떡국용 떡을 사가도 가장 양이 적은 5000원 어치 정도만 사가고 있다”며 “명절 특수라는 것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라고 이야기했다.

야채를 판매하는 상인 장 씨(70세)는 “지난해 추석에는 워낙 덥고 기후가 이상해서 야채를 없어서 못팔았다”며 “그나마 지금은 날씨가 괜찮은 편이라 팔 야채는 있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연다”고 푸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성수품 24개 품목별 가격에 따르면 폭염 여파로 공급이 부족한 무와 배추, 배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무와 배추는 지난해 설 성수기와 비교해 각각 98.0%, 56.1% 비쌌고 배는 21.5% 높았다. 그나마 폭염 사태로 ‘금값’이던 시금치와 애호박은 전년대비 각각 18.6%, 6.2% 떨어졌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상인이 전을 바쁘게 부치고 있다.   김동운 기자

그나마 시장에서 활기가 도는 곳은 각종 전을 부치고 있는 전집들이였다. 각종 모둠전을 비롯해 산적, 부침개를 부치고 있는 시장상인들과 이를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55세)는 “지난해 추석 당시 기온이 워낙 높다 보니 전 부치는 것도 고역이였고, 찾는 손님들도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이나 추석 명절이 옛날 같지 않다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명절 분위기를 내려면 모둠전 만한게 없지 않겠느냐”라며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대목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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