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갈등부터 비상계엄까지…2024년 10대 뉴스

의대증원 갈등부터 비상계엄까지…2024년 10대 뉴스

올해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집회를 밝힌 K팝과 응원봉은 시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쾌거였지만,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은 1년 가까이 이어지며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와 서울 시청역 교차로 역주행 사고는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사건으로 기록됐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통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사회를 되돌아본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본청에 진입하려 하자 김민기 사무총장을 비롯해 당직자, 국회 관계자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이승은 기자

1. 12·3 비상계엄

지난 3일 오후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군과 경찰은 국회 출입을 통제했고 국회에 들어가려는 일부 국회의원과 보좌진, 취재진, 시민 등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렵게 본회의장에 들어온 여야 의원 190명은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는 약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전국적인 규탄 시위가 이어졌고,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됐다. 수사당국은 계엄령 선포의 배경과 정당성을 조사하고 있다. 공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 심리를 마치고 결정 내려야 한다. 헌재가 지정한 윤 대통령의 첫 변론준비기일은 27일이다. 

7일 국회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팬들이 응원봉을 가지고 나왔다. 사진=박효상 기자

2. ‘다시 만난 세계’ 세대 통합한 응원봉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를 기준으로 집회 문화가 달라졌다. 투쟁가와 민중가요가 나오던 집회 스피커에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의 위플레시, 로제의 아파트 등 K팝이 흘러나왔다. 6일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한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보이기 시작한 아이돌 응원봉은 집회가 거듭될수록 전 세대로 퍼졌다. 다채로운 색상으로 빛을 밝히며 꺼지지 않는 응원봉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집회에 간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집회 주변 가게에 미리 돈을 지불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수령할 수 있게 한 ‘선결제 문화’도 달라진 집회 모습이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3. 의대 정원 증원 갈등

정부는 지난 2월 응급실 뺑뺑이 등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는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의사들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형병원에 근무하던 전공의 1만여명이 집단 사직했고, 의대생들도 동맹 휴학했다. 전공의에 의지하던 대형병원은 의료 공백이 발생했고, 대형병원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1509명으로 줄어 모집 중이다. 

의정갈등에 내년 3월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 모집에 빅4병원(서울성모·삼성서울·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대병원) 조차 지원자가 소수에 그쳤다. 필수의료의 중심인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는 사실상 전멸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에 따르면, 188명을 모집한 산부인과는 1명을 선발해 확보율이 0.5%에 그쳤다. 신경과(117명 모집 2명 선발), 소아청소년과(206명 모집 5명 선발), 심장혈관흉부외과(65명 모집 2명 선발) 전공의 확보율도 각각 1.7%, 2.4%, 3.1%에 그쳤다. 성형외과는 73명 모집에 12명(16.4%)을 선발해 확보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지난 10월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 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지난 10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헤드라인을 도배했다.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이례적인데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의 이름이 호명될 때는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을 그린 ‘소년이 온다’ 제주 4·3사건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등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명태균씨. 명씨 페이스북 갈무리

5. 명태균게이트 


지난 9월 김건희 여사가 4·10 총선 여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남 지역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며 지역 정가에서 활동하던 명씨의 존재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계기로 알려졌다. 

명씨는 다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에 여러 정치적 현안에 대한 조언을 했으며 김 여사로부터 직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이 같은 해 6월 재보선을 앞두고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명씨와 통화한 음성 녹음 파일을 공개해 파장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11월7일 명태균게이트와 관련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또한 명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개입, 오세훈 서울시장과 당시 이준석 대표를 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6월24일 오전 10시30분쯤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6.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6월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다수는 외국 국적 근로자로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한국인 5명이었다. 

화재 원인은 결국 ‘관리자의 안전의무 소홀’로 인한 인재로 밝혀졌다. 수사에 따르면 아리셀은 수년간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받아 규격 미달의 군납용 배터리를 만들었다. 불량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 검사를 수년간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불량 배터리가 결국 폭발해 안타까운 사로 이어졌고, 산업 현장의 안전 개선 목소리가 커졌다. 

시청역 7번출구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 사진=임지혜 기자

7.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7월1일 오후 9시27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인도와 횡단보도에 서 있던 9명이 숨을 거두고 5명이 다쳤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 저녁 시간대 예측 불가한 사고로 평범한 일상을 살던 시민들이 한순간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사회적으로 충격이 컸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운전 미숙으로 감사 원인을 결론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따르면 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고 당시 가속페달을 최대 99%까지 밟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강원도 홍천군 구만리에서 발견된 오물풍선. 쿠키뉴스 자료사진

8. 북한 오물풍선

북한은 5월28일부터 지금까지 32차례 쓰레기 풍선(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보냈다. 살포 초반 오물과 종이, 플라스틱 등 생활 쓰레기를 담아 보냈지만 11월부턴 대남전단이 포함됐다. 대남전단에는 윤석열 대통령 비하, 북한의 핵무기 과시 등이 담겼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9. 딥페이크 

지난 5월 서울대 졸업생을 포함한 남성들이 여성 지인들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유포한 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지면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뒤이어 인하에서도 같은 범죄 피해가 신고됐으며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에서도 SNS를 통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가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검거한 전국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는 573명으로, 이중 10대는 463명(80.8%)을 차지했다. 10대 중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94명(16.4%)이었다.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지난 8월13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조속한 사태 해결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10. 티메프 미정산 사태

지난 7월 티몬·위메프의 정산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티메프를 인수한 큐텐그룹이 소비자가 지불한 판매대급을 판매자에 주지 않고 외사 인수 등 자금으로 유용한 뒤 상품권 등 현금성 상품을 싸게 팔아 정산하는 돌려막기 수업을 동원하면서다. 6월부터 판매 대금 정산이 밀리면서 불한을 느낀 판매자들이 티메프와 거래를 끊었고, 소비자들은 환불을 받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 본사를 찾아가 밤샘 버티기를 하기도 했다. 피해 규모 1조5950억원, 피해자는 50만명에 달한다. 사태 직후 티메프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태지만 환급 여력이 여전히 없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