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걷는 폐지 노인…서울시가 보호한다 [여기 정책이슈]

밤길 걷는 폐지 노인…서울시가 보호한다 [여기 정책이슈]

‘여기 정책이슈’는 정부 및 지자체 정책을 콕 집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매년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이 코너를 통해 정치와 지자체 정책 사업을 상세히 설명해 정책을 몰라서 혜택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돕고자 합니다.

해가 뜨지 않은 오전 서울 홍제동 한 고물상 앞에 폐지를 담은 리어카가 줄지어 서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한겨울 찬 바람 속 생계를 위해 손수레를 끌어야 하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고된 싸움입니다. 특히 인도로 다니기 어려운 폐지 손수레를 끌고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걷거나 어두운 새벽, 야간 작업으로 운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겹치며 교통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습니다. 이번 ‘여기 정책이슈’에서는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을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따뜻한 지원 사업을 살펴봅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전수조사를 한 결과, 서울 내 3000여명의 폐지 수집 어르신이 활동 중 입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10명 중 6명(61%)으로 가장 많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는 80대 이상이 47%, 70대 41%, 60대 12%로, 60대 이상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10명 중 3명(30%)는 기초수급 및 차상위로 취약 계층이 폐지 수집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폐지 수집 어르신에 안전보험 가입 지원

폐지 수집은 대부분 야간에 이뤄져 교통사고 위험이 큽니다.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폐지수집 활동 중 22%가 다친 경험이 있었습니다. 교통사고 경험도 6.3%로, 이는 지난 2022년 전체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경험률 0.7%의 9배입니다.

어르신들이 폐지 수집 활동 중 다치거나 교통사고까지 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자, 시는 지난달부터 안전보험 가입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안전보험에 가입하면, 시는 폐지 수집 시 일어난 교통사고 상해에 의한 사망‧후유장애에 최대 500만원을, 상해사고 진단위로금에 10~50만원을 보장합니다. 폐지 수집 활동 중 타인(제3자)의 신체나 재물 손해를 했을 경우, 이에 대한 배상책임(대인·대물)도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합니다.

안전보험은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된 65세 이상 폐지 수집 어르신이면 자동 가입됩니다. 보험금 지급을 받고자 할 땐 주민등록지 자치구 담당 부서로 문의하면 됩니다.

서울 홍제동 인근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리어카에 가득 실은 채 도로를 건너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장비도 지급합니다. 우선, 폐지 수집 어르신들이 위험한 도로가 아닌 인도로 다닐 수 있도록 너비 1m 이하 경량리어카 300대를 이달까지 보급할 계획입니다. 시는 내년에도 경량리어카 보급을 지속한다고 합니다. 어두운 밤이나 새벽에 폐지 수집 활동에 나서는 어르신들을 위해선 야광조끼와 안전모, 리어카 부착조명 등을 희망자에 한해 지급할 예정입니다.

안전교육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는 지금까지 폐지 수집 공공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던 안전교육을 모든 폐지 수집 어르신을 대상으로 연 1회 확대해 시행합니다. 교육 참여자에게는 다양한 안전물품을 지급해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 전 자치구에 ‘폐지 수집 노인 일자리 전문기관’ 지정

시는 지난 6월 어르신이 폐지를 줍지 않아도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28일 발표한 ‘2023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76세 노인들은 하루 평균 5.4시간씩 주 6일을 일합니다. 하루를 꼬박 모은 폐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 평균 15만9000원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수입이 6225원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시간당 수입은 1226원으로 최저임금의 13% 수준이었습니다.

시가 발표한 ‘폐지 수집 어르신 지원방안’은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월 30시간 안팎의 저강도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는 전 자치구에 ‘폐지 수집 어르신 일자리 전환 전담기관’을 지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 발굴부터 저강도 일자리 연계, 후속 조치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합니다.

익숙한 일을 이어가려는 노인들의 성향을 반영해 공공장소 플라스틱 및 담배꽁초 수거, 수변공원 환경미화원 등 일의 형태는 유사하나 노동 강도가 약한 월 30시간 내외 일자리를 개발해 연계합니다. 폐지 수집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노인에겐 공공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폐지 수집 일자리사업단’을 연계해 수입을 늘려주는 방식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어르신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선 서울 전역의 고물상(362개)과 협의해 휴게공간도 조성할 예정입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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