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도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일대 인근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 초기에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보였으나 현재 그 효과가 사실상 사라져 제도 지속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9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도의 효율적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면 서울 전체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민 토론회는 2020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4개동(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총 14.4㎢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심의를 앞두고 제도 효과 등 연구 결과를 공개, 이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준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급격한 땅값 상승으로 부동산 투기 우려가 우려되는 지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2년간 매매·임대도 금지된다.
그러나 규제 기간이 지속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재산권 침해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6월 잠삼대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초기 2년간 인접 지역 주택 가격이 약 9.5%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돼 약 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규제 초기에는 가격 안정 효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둔화한 셈이다.
이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도를 확대하면 서울시 전체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구역 면적 총량을 늘릴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가격 안정화 효과는 발생하나 (GBC의 경우) 4년여 지난 최근 시점에서 그 효과가 퇴색돼 해제 필요성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가 선택된다면 규제 지역의 공간적인 범위를 축소하는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해제가 선택된다면 가격급등이 발생하는 신통기획 등 재건축단지와 같이 국지적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축소 지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시민 10명 중 5명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부동산 안정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날 지규현 한양사이대 교수가 발표한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도 시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가 없다’고 응답한 시민이 45.6%에 달했다. 조사는 지난달 22~29일 서울 시민 10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찬성하는 의견은 40.4%로, 반대 22.9%보다 높았다. 현재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5.7%, 필요한 곳은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9.5%였다. 단계적으로 해제가 32.2%, 모든 구역을 지금 즉시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는 12.6%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