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도 못 잤어요. 계엄령이라는 건 역사책에나 나오는 줄 알았네요.”
4일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는 “어젯밤 비상계엄 뉴스를 보고 매우 놀랐다”며 “계엄령에 놀란 지인들과 새벽까지 연락을 했는데, 몇 시간 지나니 계엄 해제가 되더라. 평소와 같은 아침이지만 며칠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혼란했던 지난밤과 달리 이날 오전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등굣길과 출근길 모습은 전날과 같았지만,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여전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학교 2학년 박모양은 “학급 단톡망에 ‘무섭다’는 메시지가 정말 많이 올라왔다. 공유되는 탱크 사진을 보며 현실이 맞나 생각했다”며 “‘등교를 한다, 못 한다’ 밤새 말이 많았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니 학교에 갈 수 있더라”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업무 차질을 우려하다가 조기 해제와 함께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도 있었다. 중소기업 대표인 김모씨는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심각하고, 엄중한 상황에서 계엄이 선포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해제 의결이 날 때까지 지켜보면서 초조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내일 과업과 회의가 많은 상황인데 연기 또는 중지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불안했다”며 “연기나 중지가 된다면 전체적인 업무 스케줄이나 대금 결제 등이 늦어질 수 있어 부담이 컸다, 그래도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난데없는 계엄령에 불만을 쏟아낸 시민이 많았다. 금융계 종사자 김모씨는 “비상계엄 선포로 갑자기 재택근무 전환됐다가 새벽에 다시 정상 출근이란 연락을 받았다”며 “정말 정신없는 밤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최모씨도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다. 정말 필요했던 계엄령인지 이해 불가”라며 “해외에서 한국을 ‘여행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경제 파탄이다”라고 했다.
실제 서울 거리를 감도는 분위기는 전날과 달랐다.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와 서울시청,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노란색 형광 제복을 입은 경찰이 평소보다 많았다.
서울 곳곳에서 집회도 이어졌다. 곳곳에 배치된 경찰과 집회 참가자가 거리에 뒤섞이며 평소보다 통행도 어려웠다.
당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전부터 대통령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회대개혁과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국민 비상행동’을 개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헌법이 유린되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며 “명백한 내란이고 명백한 쿠테타였다. 이제 심판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도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를 촉구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위헌적, 위법적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파괴하고 국민 주권을 유린한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와 만민 앞에 평등한 법의 심판을 받아라”라며 “내란에 가담한 김용현 국방장관 등 공범들도 모두 구속 수사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