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여건은 좁고 복잡합니다. 도로에서 차가 다니는 상황에서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은 2배로 더 걸립니다. 여러 심사와 타당성 조사 등 행정적인 절차도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난달 27일 만난 서울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들은 “상습 정체 개선을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지만, 기간을 확정할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는 금천구 가산동 ‘수출의다리’ 인근 상습 정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아직 실질적 체감 변화를 주지 못한 이유는 추진 과정에서의 변수 때문이다. 도로 개선 사업은 진행 속도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실제 착공까지도 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시가 교통난 해소책으로 내놓은 것은 고가 개선과 교량 신설이다. 도로계획과 과장 A씨는 “광명에서 넘어오는 교통량도 많고, 빌딩 입주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 도로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구조 개선과 함께 북측과 남측에 교량을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 타당성 조사가 넘어가야 할 난관이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500억원 이상의 지방재정 투입 사업은 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A씨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문제는 부지와 기존 도로 폭이 좁다는 점”이라며 “2차로로 신설하는 것이 최대”라고 말했다. 대부분 교량은 4차로나 6차로 형태다. 2차로의 교량은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행정적인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사업 추진에 순풍이 부는 것은 아니다. A씨는 “동부간선도로 확장 사업도 착공 15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사업비와 공사 과정, 주민들의 의견 수렴 등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을 언급하면서 “영등포구와 금천구는 일을 시작했지만, 구로구는 주민 설명회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일부 주민은 교통체계가 바뀌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산디지털3단지에서 두산로를 지하로 연결하는 두산길 지하차도 사업도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A씨는 “철도가 횡단하는 구간이 아닌 곳은 시가 최대한 공사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면서도 “지하철 보수 공사도 2~3시간밖에 못 한다. 막차와 첫차 사이에만 공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도 마찬가지다. 철도 구간은 현재로는 공사 기간 단축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산길 지하차도 사업이 준공되면 교통 혼잡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시기를 확정할 순 없으나, 건설공사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호 체계를 분석해 교통량대로 신호를 더 주거나 막히는 데 사람을 동원하는 등 단기적으로 교통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내년 4월 ‘수출의다리 일대 교통체계 개선 기본계획’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해당 구간에 대해 교통체계 개선 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했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공사 방향을 포함해 연차별 시행계획, 추정 공사비와 재원조달 계획 등이 담길 예정이다. 수출의다리는 현재 서부간선도로(디지털3단지사거리·철산대교)의 연결부 도로이자, 경부선 철도로 인해 동서로 나뉜 서울디지털산업단지(2·3단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인근 대형 쇼핑몰과 아웃렛 등이 인접해 있어 정체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