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부동산도 질색...‘중기청 100%’ 매물 어디에 있나요 [별따기 된 허그대출 ①]

집주인도 부동산도 질색...‘중기청 100%’ 매물 어디에 있나요 [별따기 된 허그대출 ①]

중소기업 청년 위한 ‘1.5%’ 저금리 대출 벽 높아
국토부 “전세 사기 우려 등 서류 꼼꼼히 봐야”


쿠키뉴스 자료사진. 

# 사회초년생 심모(26)씨는 올해 이사로 반년 가까이 마음고생을 했다. 청년을 위해 저금리로 내준다는 정책대출이 가장 크게 속을 썩였다. 부동산, 은행, 집주인 모두가 정책대출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집이 좀처럼 구해지지 않자, 나중에는 대출이 나오는 집이라면 하자를 따지지 말고 계약하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다. 이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을 위한 저금리 정책 대출이 받기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월세 보증금을 100% 정책대출로 받기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등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저금리 정책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청년 보증금대출(이하 중기청 대출) 금리는 1.5%로 정책대출 중에서도 금리가 가장 낮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3%~5%)와 최대 3.5%p 이자가 차이가 난다. 이 대출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중소기업 취업자와 창업자가 받을 수 있다.

중기청 대출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1억원 한도 내에서 보증금의 80%~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전월세 보증금의 80%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00%까지 보증한다. 청년은 모은 자본금이 적어 보증 100% 대출 수요가 높다.

보증금을 100% 대출 받으려는 청년은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일단 대출이 가능한 전·월세 물건을 찾기 어렵다.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를 모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기청 대출이 가능한 매물은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은 85㎡ 이하 포함)이며 보증금은 2억원 이내여야 한다. 융자나 임차권등기명령 기록도 있으면 안된다. 또 불법 증축 건물, 근린생활시설 등은 제외되고 주택가격이 공시지가의 126% 이내여야 한다.

2년 차 직장인 김이슬(가명·26) 씨는 “부동산 3곳을 돌았지만 모두 중기청 대출 100% 매물이 없다고 했다”며 “결국 이사 기간이 촉박해 부모님에게 일부 자금을 빌리고 중기청 80% 대출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집을 구한 경험이 많지 않아 공인중개사 도움을 받아보려 해도, 부동산도 정책대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출 가능 여부를 잘못 알려줘서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직장인 심모씨는 대출이 가능하다는 공인중개사 말에 계약금을 냈다가 대출 심사 직전 계약을 파기했다. 심씨는 “부동산에서는 매물에 융자가 없으면 대출 가능하다고 하는데 막상 공시지가 126%를 초과해 대출 불가한 매물인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은행, 집주인 모두 대출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집주인 동의를 받기도 쉽지 않다. 타 전세 대출과 달리 집주인이 채권양도계약서, 위임장, 동의서, 주택가격동의서 등의 서류 제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이 번거로워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임대인도 많다. 임대인 임모(39)씨는 “전세로 매물을 내놓으려다 세입자가 정책 대출을 받을 경우 귀찮고 불편해질 것 같아 월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대출 100%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대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거저 산다는 인식 때문이다. 계약이 문제없이 진행되다가도, 중기청 100% 대출 얘기를 꺼내면 집주인이 거절해 파투가 나기도 한다.

특히 채권양도계약서는 집주인이 가장 꺼리는 부분이다. 채권양도계약서는 HUG가 대출 상품에 대한 보증으로 나간 보증금 반환 권리를 임차인이 아닌 HUG에 옮겨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은 임차인이 아닌 HUG에 돈을 반환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면 HUG의 채무자가 될 수도 있다. 이에 중기청 대출 이용 건수는 2019년 9만6504건에서 지난해 4만5423건으로 52.93%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대출 심사 절차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사기 우려도 있고 채권 회수를 해야 하는 만큼 주택 기준을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중기청 100% 대출의 경우 HUG 보증으로 대출을 하는데 HUG는 전세대출 보증하는 기관이 아닌데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이 가입 가능한 매물에만 보증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HF는 정부 지원을 받아 전세대출을 보증하는 기관이라 차이가 있다”며 “추가적인 서류나, 심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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