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다 죽어” 예산 삭감에 성난 영화인, 국회로

“독립영화 다 죽어” 예산 삭감에 성난 영화인, 국회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 모습. 생중계 화면 캡처

50%. 정부가 올해 영화제 예산을 삭감한 비율이다. 지난해 정부가 이 같은 예산안을 발표하자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 57개 단체가 일제히 반발하는 등 진통이 일었다. 지역 영화 관련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이 여파로 올해부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원하는 영화제는 40개에서 10개로 급감했다. 내년도 서울독립영화제 예산도 전액 삭감 수순에 놓인 처지다. 영화인들이 국회로 향한 이유다.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영화 지원 예산 및 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기자회견에선 영화인들의 거센 요구가 이어졌다. 현장에 모인 영화계 인사들은 △ 영화제 예산 증액과 복원 △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복원 △ 지역영화 예산 복원 △ 기타 영화발전기금 재원의 안정적 징수 등을 요구하며 “지원 중단을 철회하라”고 일갈했다.

이번 회견은 현장에 자리한 영화감독 외 관객 7564명과 영화단체 175개가 뜻을 함께했다. 영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을 비롯해 ‘절해고도’ 김미영 감독, ‘장손’ 오경민 감독,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괴인’ 이정홍 감독 등 감독 17명이 회견장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김윤덕·박수현·민형배·양문석·이기헌·임오경·전재수·조계원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힘을 보탰다.

기사와 관련 없음. 픽사베이

영화인들은 “올해로 50회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는 미래 세대 영화인을 발굴 및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출발”이라며 “영화진흥위원회 설립 이후 민관이 협력한 거버넌스 증거이자 독립영화라는 명칭이 영진위에서 최초 인정된 상징적인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영진위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동 주최한다. 영진위가 지난 1999년 민간자율기구로 재편되던 당시 민관 거버넌스의 상징이 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 독립영화 생태계를 지탱하던 뿌리로 평가돼 왔다.

업계에서는 예산 축소 및 삭감 기조가 이어지는 현 상황이 독립영화 생태계 붕괴를 넘어 영화 산업 전반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내 최대 규모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예산 삭감의 칼날을 피하지 못해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지역 영화제는 직원들의 임금까지 반납하며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뭉친 영화인들은 “명확한 근거와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일방적 영화 정책이 한국 영화의 가장 약한 고리인 독립·예술영화부터 흔들고 있다”면서 “영화 문화의 토대가 허물어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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