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80억원씩 손해인데…” 첫발도 못뗀 국회 연금개혁 논의

“하루 1480억원씩 손해인데…” 첫발도 못뗀 국회 연금개혁 논의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내놨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킬 국회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개혁 논의가 지연되면서 연금 재정 고갈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국민이 노후에 받을 수령액도 줄어들 수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보험료율(연금 보험료 납부액)과 소득대체율(노후 수령액)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부터 연내 처리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모수개혁은 정부안과 야당안 사이에서 합의점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상향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제시한 모수개혁안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였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지난 12일 당 연금개혁특위 주최 정책간담회에서 “(정부 안과) 민주당에서 생각하고 있는 45%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아직 연금개혁안을 어디에서 논의해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여·야·정 협의체나 국회 상설 연금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며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에 연금소위를 통해 모수개혁부터 연내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어디에 협의체를 두느냐에 따라, 개혁안 논의의 폭이 달라진다. 여당 주장대로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 경우 다부처가 얽혀있는 사안인 구조개혁 논의를 병행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공무원연금은 인사혁신처 등 관할 부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민주당 요구대로 국회 복지위 산하에 연금소위를 둘 경우 복지부 관할인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관한 논의만 가능하다.

야당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는 만큼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의 논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개혁안도 충분치 않다고 봤다. 국회 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구조개혁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가 진전되고 구체화된 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모수개혁이 통과한 뒤 구조개혁 동력을 잃을까 우려한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에서도 모수개혁부터라도 합의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모수개혁만 한 뒤 구조개혁 논의가 흐지부지 될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여야가 특위 구성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연금 곳간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 연금개혁특위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하루에 1480억원이 날아가고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필요한 국가 재정이 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연내 연금개혁안 처리를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노후에 받게 될 수령액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내년엔 소득대체율이 0.5%p 하향 조정되는 탓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소득대체율을 20년에 걸쳐 낮추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2008년 50%에서 2028년까지 매년 0.5%씩 40%로 줄어들게 설정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지만, 내년엔 41.5%로 하락한다. 정부안(42%)이나 야당안(45%)보다 향후 받게 될 수령액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개혁 논의가 지연된다고 해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혁이 급하다고 어떤 안이든 다 받을 순 없다”면서도 “지난 21대 국회 때 국민의힘은 구조개혁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며 모수개혁안 처리를 반대했다. 이제 와서 모수개혁을 하자는 건 여당이 정부안인 42%를 답으로 정해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진지한 논의를 하자는 자세가 아닌 것”이라고 짚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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