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성룡 “바둑 기보는 한국기원 아닌 바둑 팬들의 것”

[단독] 김성룡 “바둑 기보는 한국기원 아닌 바둑 팬들의 것”

바둑 기보는 기록지일뿐…공공 영역이므로 누구나 사용 가능
한국기원, 8월26일 대법원 상고…올해 연말 최종 결과 나온다
김성룡 “한국기원에 절충안 제시했으나 기원이 거절”

지난 8월30일 고척에서 열린 키움-롯데 전 미디어 대상으로 배포된 야구 기록지. 사진=이영재 기자

“바둑 기보, 즉 바둑의 기록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기보는 한국기원에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둑 팬들에게 권리가 있다.” (김성룡)

구독자 23만명을 보유한 인기 ‘바둑 유튜버’ 김성룡이 한국 바둑 총본산 ‘한국기원’과 소송에서 다섯 번 연속으로 이겼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한 한국기원은 대법원 상고심까지 소송전을 끌고 간다는 방침이다.

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기원의 항소로 진행된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의 소에서 피항소인 김성룡이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주문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하면서 “바둑의 기보는 대국자가 행하는 착수의 과정을 일정한 방법으로 기록한 것이므로 과거의 사실적 정보”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한국기원 측은 김성룡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원고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원은 대국이 종료되기 전까지 김성룡의 유튜브 방송을 금지해달라면서 이와 함께 손해배상금 2억6265만원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역사적 과거의 사실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된다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이러한 정보는 스포츠 경기의 기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영역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양측 법리 다툼의 핵심은 생중계 여부였다. 2심 재판부는 “속보는 공개된 즉시 상업적 가치가 소멸해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된다”면서 “공개 이후에는 속보의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바둑 업체 컴투스타이젬과도 관련이 있는데, 재판부는 “한국기원의 기보입력시스템을 통해 타이젬에 전자기보 파일이 제공됐고, 타이젬이 이를 게시하여 공개했으므로 이후에 피고(김성룡)가 공개된 전자기보를 사용하는 것까지 금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김성룡이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의 소 본안 소송 2심에서 승리하면서 한국기원은 재판에서 5전 5패를 당하게 됐다. 본안 소송 전 열린 가처분 신청 건에서도 한국기원은 김성룡에 1심·2심은 물론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은 기보가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게시했다. 하지만 올해 연말 본안 소송 대법원 상고심까지 패하게 된다면 해당 공지는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한국기원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기원과 김성룡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소송전에 돌입했다. 한국기원이 부정경쟁방지법 본안 소송을 내면서 시작된 이 싸움은 먼저 ‘가처분’ 신청 건으로 1라운드를 펼쳤다. 한국기원이 소송 기간 김성룡의 유튜브 라이브 중계를 멈춰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처분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법원은 양측에 ‘합의’를 권했다. 한국기원 이사인 김현석 법무법인 수호 대표 변호사가 김성룡과 직접 소통하면서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성룡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국기원에 국내 대회는 라이브를 하지 않고 세계대회만 중계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는데 기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1년에 라이브 하는 바둑이 150판이 넘는다. 이 중 세계대회는 50판이 채 안 되는데 한국기원의 체면과 입장을 고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원 측은 이에 대해 묻는 쿠키뉴스 질문에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면서 “대법원 상고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한국기원은 지난 8월26일 대법원에 상고심을 제기했다. 통상 3개월 이내에 판결이 나오는 관례에 비춰봤을 때, 올해 연말 무렵 한국기원과 김성룡의 본안 소송 최종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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