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왜 웃었냐고요? 저희가 챌린지를 찍다가 갑자기 웃겨서….” “언니 때문에 웃은 거예요!” 발랄한 대답에 듣는 사람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노련하면서도 해맑고, 그러다가도 그룹 이야기가 나오면 이내 진지해지는 모습이 변화무쌍했다. 이게 바로 아이돌 10년 차의 여유일까. 거침없이 터지는 입담에 한 차례 웃고 나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흘렀다. 26일 오후 발매하는 미니 10집 ‘드리미 레조넌스’로 1년1개월 만에 돌아온 그룹 오마이걸의 이야기다.
컴백을 나흘 앞둔 지난 22일 서울 종로6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오마이걸을 만났다. 조용히 인사를 건넨 초반과 달리, 입이 풀리자 동네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친숙했다. 미리 정해둔 답이 아닌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풀어놓는 분위기가 퍽 반가웠다. 답변에 자신감이 넘쳐흐른 건 당연했다. 신보 타이틀곡 ‘클래시파이드’는 유빈을 필두로 멤버들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작사에도 참여했다. 그간 여름에 발랄한 곡으로 컴백하던 것과 달리 가을을 겨냥한 것도 이들의 의지다. “오마이걸의 정체성인 몽환·서정·아련함이 담긴 곡을 들려주고 싶어서”(효정) 공들인 끝에 컴백이 성사됐다.
‘드리미 레조넌스’는 오마이걸이 전하는 위로를 총체적으로 담은 음반이다. 출발점은 유빈의 경험담이다. “어린 시절엔 누구나 인형처럼 애착을 느끼는 상징물이 있잖아요. 그런 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고요. 이런 경험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서 콘셉트로 잡았어요. 위로에 걸맞게 서정적인 분위기를 택했죠.”(유빈) 전달 방식에도 고민이 많았다. “부드럽게 들리는 음악”(효정)에 기준점을 두고 한국어와 영어 가사가 물 흐르듯 이어지도록 신경 썼단다. “멤버들과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은 만큼 계속 듣고 싶게 만드는 노래를 하려 했다”(효정)는 설명이다.
‘다섯 번째 계절’, ‘클로저’ 등 과거 오마이걸이 부르던 몽환적인 곡은 세월을 덧입으며 색채가 더욱더 짙어졌다. 멤버들은 “무대에서 표현하는 감정이 더욱더 성숙하고 여유로워졌다”(미미), “엄청난 표정 연기보단 가사를 진정으로 느끼게 하는 데 주력했다”(효정)고 강조했다. 성장학 표현력만큼 곡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힘도 커졌다. 타이틀곡은 음악 전체가 들리는 노래다. 멤버들이 “반주에 보컬이 스며들게끔 노래한”(효정) 덕이다. 작사가 김이나와 멤버 미미가 함께 쓴 가사는 공감에 역점을 뒀다. “‘심해를 항해 중’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사실 누구든 헤매는 순간이 있잖아요. 어쩌면 우리 모두 심해를 항해 중인 게 아닐까요? 튀지 않는 가사로 서정적인 분위기에 몽환 요소를 넣으려 했어요.”(미미)
그룹이 공백기를 갖는 동안 개별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던 이들은 신보 작업을 위해 다시 모이자 안정감과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멤버 모두가 팀을 향한 애정이 큰 만큼 많은 시간을 쏟았다. 드라마 촬영 중이던 아린은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안무 연습에 매진했다. 미미와 효정은 “개인 활동을 하며 배운 게 많다”며 “단체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만큼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려 한다”고 했다. 신보엔 오마이걸로 뭉치며 동시에 작은 변주를 택하고 싶던 멤버들의 의지도 반영됐다. 효정·유아, 승희·미미, 유빈·아린의 유닛곡이 대표적이다. 각 멤버의 취향과 개성을 듬뿍 담아낸 노래들이 실리자 앨범은 더욱 풍성해졌다.
10년 세월을 꼬박 오마이걸 활동에 쏟으며 멤버들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유아는 “처음엔 시아(본명)와 유아가 따로 존재하는 느낌이었지만 이젠 두 자아가 융화했다”면서 “나와 같은 마음인 친구들과 함께하니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데뷔 초에 분홍 치마 입기 싫다고 울던” 미미는 “이젠 분홍 치마 없인 못 산다”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오마이걸 자체가 이젠 저 자신이 된 거예요. 몸에 흐르는 피 같은 거죠.” 미미의 말에 멤버 모두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투애니원처럼 카리스마 가득한 가수가 되고 싶던 승희도 마찬가지다.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며”(승희) “정해진 그룹 색에 맞춰간”(미미) 결과가 지금의 오마이걸이다. 멤버 모두가 그룹에 애착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믿음직한 동료들과 함께 성장한 만큼 오마이걸은 지금도 더 나아갈 생각뿐이다. 미미가 “우리에게 영광은 더 남았다”고 하자 효정이 얼른 말을 이어갔다. “모두의 10·20·30대에 오마이걸이 참 고마운 그룹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에겐 가장 큰 영광이거든요.” 멤버들은 “오마이걸은 이제 1막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2·3막이 어떨지는 몰라도 많은 분이 오마이걸의 1막을 그리워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유아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멤버들을 더 사랑하게 됐다”면서 “우리의 우정과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유빈은 “우리 멤버들은 착한 욕심쟁이”라며 “각자 역할에 맞게 최대한으로 욕심낸 결과가 이번 앨범이다. 우리의 음악적인 성장을 지켜봐 달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