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육아휴직 가세요” 대우건설, 가족친화 문화 조성 [저출생, 기업의 시간⑨]

“남성도 육아휴직 가세요” 대우건설, 가족친화 문화 조성 [저출생, 기업의 시간⑨]

편집자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핵심은 부모가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부담 없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이다. 일·가정 양립에 기여하고 있는 기업의 모범사례를 찾아봤다.
대우건설(대표이사 백정완)이 지난 8월 8일부터 9일까지 임직원 자녀 초청 ‘2024 꿈나무 초대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행당동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현장을 방문한 대우건설 꿈나무들. 대우건설

“매일 아침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출근 시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가 등원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의 시작을 사내에서 아이의 포옹과 뽀뽀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함께 아이를 키워준다는 것은 출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우건설 A 과장)

합계출산율 0.72명. 저출생은 더 이상 사회 문제가 아닌 ‘인구 문제’다. 인구 감소는 기업에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초래한다. 육아휴직과 시차출근제 등 유연 근무를 통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기업의 분위기 조성이 강조된다. 대우건설은 남성의 육아휴직 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등 저출생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건설업은 특성상 남성 종사 비율이 높아 육아휴직이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 육아휴직 통계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4.4%로 13개 업종 중 가장 낮다. 건설 현장, 해외 파견 등이 많고 남초 집단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도 과거 이러한 모습을 보였다. 대우건설의 ‘201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육아휴직자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출산 휴가 사용자는 157명으로 출산 직원 중 단 6.28%만이 육아휴직을 다녀온 셈이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은 2017년 기준 7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출생 인구가 매해 줄고 정부에서도 육아휴직을 장려하면서 대우건설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부는 2019년 남성 육아휴직자와 두 번째 육아휴직자를 40% 늘리기 위해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상한을 250만원으로 50만원 인상하는 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저출생 위기를 인식한 대우건설도 육아휴직 복귀 시 원 부서 복귀를 원칙으로 불이익을 최소화했다. 또, 휴직 전 충분한 인수인계, 일부 추가 인력 배치 등 업무 공백을 줄여 육아휴직이 장려되는 조직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대우건설의 조직문화 변화는 남녀 전체 육아휴직자 수가 대폭 증가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대우건설의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2013년 35명에서 2023년 60명으로 71.42% 늘었다.

더욱이 2017년 7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 2018년 14명 △ 2019년 22명 △ 2020년 20명 △ 2021년 31명 △ 2022년 48명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28명으로 육아휴직자 수가 다소 줄긴 했으나 이는 저출생 위기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실제 남성 직원 출산휴가 현황을 보면 2022년 145명에서 2023년 131명으로 14명 감소했다. 

대우건설의 부담 없는 육아휴직 문화에 휴직 복귀자 수도 늘었다. 휴직 복귀자 수는 2022년 17명에서 2023년 45명으로 164.7% 증가했다. 휴직 복귀자 증가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회사란 것을 의미한다. 

직원들도 자유로운 육아휴직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차장 B씨는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며 “불이익을 느끼지 않고 업무에 복귀했다”고 귀띔했다. A 과장도 “복직 후에도 따듯한 분위기가 느껴져 남성 직원 육아휴가 장려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들은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B 차장은 “육아휴직을 사용해 아내가 출산 후 회사에 복직할 수 있었다. 아내의 커리어 유지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 과장은 “주변에서 복직 후 분위기가 바뀌는 등 휴직이 제한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본사는 전혀 변함이 없어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것을 실제 체감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육아 휴직 외에도 근로 시간 단축제, 시차출근제, 리프레시 휴직제도 도입을 통해 안정적인 양육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근로 시간 단축제의 경우 임신부터 육아기까지 3단계로 나눠 촘촘하게 지원하고 있다.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제는 임신 12주 이내 혹은 36주 이후 여성이 사용 가능하다. 육아기의 경우, 만 8세 이하 혹은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직원에 한해 1일 최소 1시간부터 최대 5시간까지 자녀 1명당 최대 1년 신청이 가능하다. 가족돌봄의 경우 1일 최소 2~5시간 단축근무가 가능하며 최대 1년까지 신청할 수 있다. 가족돌봄, 건강 이상 시 1년 연장 가능하다. 리프레쉬 휴직은 지난 5월 도입됐으며 연간 1~2개월 동안 휴직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같은 단기 휴직 혹은 일 단위 휴직은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이다. C 대리는 “유급휴직 외 출산 후 아이 1명당 10년간 40일 정도의 유효한 휴가가 꼭 필요하다”며 “10세 이하 아동의 경우 갑자기 발생하는 고열 등의 상황에 혼자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1.5% 저금리 대출 주거-육아 단계적 지원

대우건설은 자녀들이 부모의 직장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가족 친화 기업 만들기에도 노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총 19회 ‘꿈나무 초대행사’를 진행했다. 꿈나무 초대행사는 방학 기간 초등학교 4~6학년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본사와 현장 견학을 통해 부모님 일터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행사다.
 
해외 파견을 나가는 직원들을 위한 지원도 있다. 대우건설은 해외사업장 근무 최초 3년 후 가족들의 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후 매년 1년에 1번씩 경비 지원해 해외 파견 직원과 가족이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해외근로자 대상 연 2회 명절 선물과 가족기념일 선물도 지급한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체감하는 만족도 높은 지원은 ‘사내 어린이집’과 ‘보육비‧학자금 등 금전적 도움’이다. 육아휴직 후 최근 복직한 C 대리는 “사내 유치원이 자녀 양육에 큰 도움이 됐다”며 “아이와 함께 출근하고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단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A 과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자녀 양육에 많은 돈이 든다”며 “보육비 지원이 더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출생 문제는 유자녀를 둔 직원에게도 지원이 필요하지만, 미혼 직원이 결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적 지원도 필요하다. 대우건설은 1.5% 주택자금취득 대출을 통해 주거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주택자금 취득대출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조성된다. 

저금리 대출 이용 중인 이창현 사원(미혼)은 “회사 취직 후 서울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 시중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며 “시중 은행 금리가 4%였는데 회사에서는 까다로운 요건 없이 대출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하려면 안정적인 주거가 필요한데 주거 불안이 해소돼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건설은 2013년 건설사 중 최초로 여성가족부(여가부)의 ‘가족친화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또 2021년 12월에도 해당 인증을 획득 후 유지 중이다. 여가부는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자녀 출산‧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 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기관에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