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즐겨 먹었더니…” 26세에 찾아온 2형 당뇨 [단짠의 배신②]

“배달음식 즐겨 먹었더니…” 26세에 찾아온 2형 당뇨 [단짠의 배신②]

마라탕 후에 탕후루, 삼겹살 먹고 두바이 초콜릿, 치킨 뒤엔 망고 케이크. 오늘도 ‘단짠의 굴레’에 갇히셨나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의 하루 당 섭취량은 총열량의 10% 이내입니다. 하루에 2000㎉를 섭취하는 경우 일일 당 섭취 권장량은 50g입니다. 하지만 식사 후에 마신 연유라테 한 잔에 들어간 당이 무려 54g. 이러니 권장량을 지키기 쉽지 않죠. 후회 속에 철저한 식이요법을 다짐하지만, SNS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당과 나트륨 섭취가 늘어 고민하는 건 개인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정부들도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당과 나트륨이 어느 정도인지,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 당국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하는지 살펴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임수연(26)씨는 지난해 3월 건강검진 결과, 당뇨 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젊으니까 아직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이어트를 결심했으나 취업 후 일이 바빠서 불규칙한 생활이 이어졌다. 운동은 내일로 미뤄뒀다. 끼니는 간단하게 배달음식으로 떼웠다. 마라탕, 떡볶이 같은 ‘단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한지 고작 1년2개월 뒤, 당뇨 위험단계였던 임씨는 2형 당뇨 확진을 받았다. 그는 “배달 음식 위주로 먹다 보니, 1년 만에 체중이 10㎏ 가까이 늘었다”라며 “젊다고 생각해서 안일하게 생활한 것이 당뇨병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5월, 임씨의 공복 혈당은 160㎎/㎗로, 정상 수치인 70~100㎎/㎗를 크게 웃돌았다. 당화혈색소 수치도 7.7%로 정상치인 4~6.2%보다 높았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최근 젊은 층에서 비만, 당뇨,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2023년 비만팩트시트’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20대와 30대의 비만 유병률이 각각 45.4%, 44.2% 급증했다. 20대의 비만 유병률은 2012년 20.9%에서 2021년 30.4%, 30대는 24.4%에서 35.2%로 올랐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으로 이어졌다. 20대 당뇨병 환자는 2011년 1만7000여명에서 2022년 3만8000여명으로 2.2배 많아졌다. 20대 고혈압 진료 환자도 1만9000여명에서 3만5000여명으로 2.2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 대비 각각 1.4배, 1.6배 높은 증가세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가 2형 당뇨병, 고혈압을 함께 앓는 비율은 각각 30.2%, 40.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졌던 당뇨병이 최근 청년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식생활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집에서 차려 먹기보다 외식을 택하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식품소비행태’에 따르면,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응답률은 2013년 89.7%에서 2022년 63.2%로 26.5%p 줄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 기준 국내 외식업 규모는 지난 2005년부터 연평균 8.9% 증가한 결과 2015년 약 192조원에 이르렀다.

외식업 규모 확대가 청년층 비만·당뇨·고혈압 환자를 증가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30대는 상대적으로 외식이 잦고, 배달 음식 위주로 식사하는 일이 많다. 달고 짠 음식 한 끼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 섭취 권고기준인 나트륨 2000㎎, 당류 50g을 상회한다. 마라탕 한 그릇(800g)의 나트륨 함량은 2864㎎이다. 최근 유행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1인분 기준 당류가 30~50g, 탕후루에 함유된 당류는 14~27g 정도다.

대한비만학회 기획이사인 김상용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배달 음식, 잦은 외식 등은 비만 위험을 높인다. 최근 20·30대 당뇨·고혈압 환자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이라며 “나트륨, 당류를 WHO 권고 기준 이상 섭취하면 비만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달고 짠 음식을 반복해서 먹으면 인슐린을 과다하게 분비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결국 당뇨병이 발생한다”라며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수분 흡수가 늘어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수연(26)씨는 당뇨병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흰쌀밥 대신 귀리밥을 먹는다. 흰쌀밥은 혈당 수치를 급격하게 올리는 탓에 회사 구내식당에서도 귀리밥을 챙겨와 점심식사를 한다.

“피자는 못 먹는데요…” 인간관계도 바꾼 당뇨병

당뇨병은 일상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임씨도 식사 때마다 혈당을 측정해야 하니, 먹는 것이 꺼려졌다고 밝혔다.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흰쌀밥 대신 귀리밥을 챙겨 와서 먹으니 회사 동료들이 이유를 묻기도 했다. 주변에 알리는 것도 문제였다. 외식할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적이라 회식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했다. 결국 모임 횟수가 점점 줄어들며 일부 지인들과의 교류도 끊겼다.

임씨는 “겪어보니 당뇨는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니다”라며 “당뇨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도 한다.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가 별로 없어, 피자나 중국 음식을 먹는 자리엔 친구들이 부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회사 일만으로도 힘든데 약 복용, 식단 조절 등 신경 쓸 게 늘어나면서 스트레스가 크다”며 “당뇨가 천천히 죽어가는 병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투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젊은 시기에 당뇨병에 걸리면 투병 기간이 길어져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20대에 걸리면 40세부터 신장이 망가진다”며 “당뇨병은 평생 병과 함께 해야 하는 만성질환인 만큼 젊을 때부터 식사 조절,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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