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의대 유치’ 고지가 눈앞인데…깊어지는 동‧서 갈등

전남 ‘의대 유치’ 고지가 눈앞인데…깊어지는 동‧서 갈등

전남도, ‘10월 목표’ 정부 추천 공모 추진-순천대, 경남 서부권과 손잡고 단독 유치전 돌입

순천대는 지난 23일 국립순천대 산학협력관 1층 파루홀에서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9개 시‧군민과 지역 언론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전남 동부 및 경남 서부 의료포럼’을 열었다. 순천대학교
전남도가 전남권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 후보대학 추천 공모 용역에 착수한 가운데 국립순천대학교가 전남도 공모와 별개로 독자적인 의대설립 활동에 들어가면서 지역 갈등으로 인해 30여년 만에 맞은 의대 신설 기회가 무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순천대는 지난 23일 국립순천대 산학협력관 1층 파루홀에서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9개 시‧군민과 지역 언론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전남 동부 및 경남 서부 의료포럼’을 열었다.

‘전남 동부 및 경남 서부 응급의료 체계, 산업현장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열린 포럼 1부에서는 김재혁 순천 성가롤로병원 전남동부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의‘전남 응급의료 현황’ 소개에 이어 박병희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설립추진단장이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전남 동부권인 여수‧순천‧광양‧고흥 4개 시‧군 인구는 76만여 명으로 전남 22개 시‧군의 4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응급 의료환자 수도 순천권역이 9만1000여 명인데 반해 목포권역은 2만5000여 명 적은 6만6000여 명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남 하동과 남해군 등 경남 서부권 환자를 합하면 응급 의료환자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김재형 센터장은 “동부권은 우리나라 화학 산단 중 가장 큰 규모의 산단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이 의료에 있어서도 같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희 추진단장은 “그동안 전라남도의 여러 가지 입지 결정, 최근 2021년의 연구용역을 보면 여러 가지로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여전히 전남도 공모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2부에서는 성치남 국립순천대 생물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류제동 고흥군의회 의장, 황선숙 순천시 보건의료과장, 곽기두 남해군보건소장, 임종대 광양제철소 파트너사협회 부회장, 김대희 여수YMCA 사무총장 등 5명이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서 류제동 고흥군의장은 "초고령지역으로 분류되는 고흥의 경우 고령의 지역민들이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지리적 여건에 응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국립순천대에 의과대학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선숙 순천시 보건의료과장은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병상 증설 계획에 따른 지방의료 인력 수도권 쏠림’을 우려하고, 지방병원의 최소한의 필수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전남권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기두 남해군보건소장은 ‘대학병원 설립은 정부 주도로 추진해야 안정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순천대학교를 의대설립 최적지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임종대 부회장과 김대희 여수 YMCA사무총장은 산단 인근에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이 설립되면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 대응으로 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순천대학교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전남 동부권역과 경남 서부권역을 순회하며 의견 수렴과 의대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릴레이 포럼’을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순천대의 움직임은 경남 서부권과 힘을 합쳐 전남도 공모와 별개로 독자적인 의대 유치전을 벌이겠다는 것으로 보여 전남도의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일,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 범도민추진위원회가 전남권 국립 종합대학인 목포대와 순천대에 “전남도가 추진 중인 정부추천 공모에 참여해 선의의 경쟁을 펼쳐달라”고 촉구했다. 전남도
정치권의 각각 다른 행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원이(목포, 민주) 의원과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이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각각 목포대와 순천대에 의과대학을 설치하기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두 지역의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김원이 의원은 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치해 지역완결적 의사인력 양성시스템을 갖추고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목포대에 지역공공의료과정 전형을 별도로 마련해 의사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목포시 및 전남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 복무할 수 있도록 했다.

김문수 의원 역시 순천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치해 지역의 공공의료기반을 확대하며, 전남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 지역완결형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지역 분위기 분열로 30여 년 만에 맞은 기회가 무산되지나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 범도민추진위원회가 전남권 국립 종합대학인 목포대와 순천대에 “전남도가 추진 중인 정부추천 공모에 참여해 선의의 경쟁을 펼쳐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남보다 인구가 적은 전북에 2개, 충북에 2개, 강원에 4개 의대가 있지만 전남에는 단 한 곳도 없고, 이는 전국에서 유일하다”며 “이번에는 정부가 전남도에 대학추천을 요청했기 때문에 정부 요청대로 반드시 전남도가 대학을 추천해야 정부가 의대 신설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정부 추천 공모만이 도민의 오랜 염원을 실현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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