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퀴어 축제 참여한 금융지주 계열사…“회사 동의 없었다”

[단독] 퀴어 축제 참여한 금융지주 계열사…“회사 동의 없었다”

금융지주 보험 판매 계열사
퀴어퍼레이드 부스 설치하고 홍보…채용까지 나서
“회사 동의 없었어…홈페이지도 삭제 요청할 것”

KB라이프파트너스가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설치한 부스와 당시 배포한 전단지. SNS 갈무리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퀴어퍼레이드에 회사 이름을 내걸고 참여해 상품을 홍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성소수자 관련 마케팅이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자 사측은 “회사 관여나 동의 없이 이뤄진 일”이라고 선 긋기에 나섰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라이프파트너스 1사업본부는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부스 설치 참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다.

같은날 성소수자 단체,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 대사관 등이 운영하는 부스 60여 개가 운영됐는데 KB라이프파트너스는 참여 기업 중 유일한 금융사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이 남아있다. KB라이프파트너스 회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성소수자로 이뤄진 설계사와 퀴어프렌들리한 세무, 법무 전문가가 편안한 상담을 도와드린다’는 문구가 게재됐다.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 설계사들은 당시 퀴어퍼레이드에 부스를 열고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보험 가입과 재무설계뿐만 아니라 취업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배포된 전단지에는 KB라이프파트너스 자문 법무사·세무사와 보험설계사 등 5명에 대한 소개와 함께 △보험 컨설팅(건강/연금/생명보험 등 기존 보험에 대한 분석 및 설계, 리모델링) △ 재무관리(목돈마련 프로젝트, 투자 성향에 따른 분산투자 컨설팅) △ 법률·세무 상담(성소수자를 위한 다양한 법률 상담 및 사업자, 부동산 관련 절세 컨설팅) △ 취업 상담(금융권 사무 및 영업·영업관리직 취업 상담) 등 구체적 상담 항목이 담겼다.

단순히 보험 판매뿐 아니라 채용 문의도 환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전단지에는 “저희와 함께 할 LGBTQ는 성적소수자(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분들의 채용 문의도 적극 환영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일부 소비자는 “성소수자는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불가해 보험으로 법적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험사에서 이런 움직임을 잘 포착한 것 같다”, “국내 금융사의 퀴어퍼레이드 참여는 이례적”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성소수자 관련 마케팅은 기업에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오비맥주는 지난 2019년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 당시 자사 대표 브랜드 카스를 활용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광고를 진행했다. 결국 온오프라인에서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KB라이프파트너스 측은 일부 보험설계사가 독단적으로 벌인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KB라이프파트너스 관계자는 “퀴어퍼레이드 참여부터 마케팅까지 회사의 관여나 승인 절차가 전혀 없이 이뤄졌다”며 “사측도 나중에 알았다. 보험설계사들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다 보니 놓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절차상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설계사들에 언질을 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성소수자, 종교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에 특정층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사 CI 등 관련 내용을 삭제 요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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