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최응천 문화재청장에게 천연기념물 고수동굴 관리·보호 방안이 부실하다며 문화재청이 적극적인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에는 총 21개의 동굴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이 중 2개는 민간기업이 지자체와 함께 관리단체로 지정되어 있다. 고수동굴은 197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 고수동굴이 분포하고 있는 토지의 소유자인 ㈜ 유신개발의 전신인 유신학원을 문화재 관리단체로 지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류호정 의원은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단체라면 국가지정문화재를 관리·보호할 역할과 자격이 충분히 있는지 검증되어야 한다”면서 “문화재청의 「천연동굴 보존·관리 지침」에 따르면 녹색 오염이 심하게 발생했을 경우 관리단체는 문화재청에 조치 계획을 보고한 뒤 오염 물질을 제거해야 하지만 ㈜유신은 임의로 락스를 사용하여 이끼를 제거했다”면서 천연동굴을 방치·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4월, 단양 고수동굴 관람객 2명이 고립된 사건이 발생해 관람객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유신은 단양군에 ‘관람 개선 조치계획’과 ‘2023년도 고수동굴 자체평가서’를 제출했다. 류호정 의원은 “‘2023년도 고수동굴 자체평가서’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유신은 동굴 자체평가를 문화재청「천연동굴 보존·관리 지침」의 평가 항목인 동굴 보존, 동굴 운영, 동굴 활용 상태 등을 평가하는 기준표에 ‘준하여’ 점검했다고 말한다. 기준표대로 점검한 것이 아니라 기준표에 ‘준하여’ 점검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면서 “우선 ‘종합학술조사’, ‘실태조사’, ‘안전진단’을 (각각 10년, 5년, 5년 내) 미실시했다. 계획만 수립한 걸 마치 실시한 것처럼 평가해 마치 자신들이 고수동굴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관람수익의 20% 이상 재투자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못 미치는 비율(2020년 6.71%, 2021년 8.02%, 2022년 7.04%의 )로 재투자했다. 응급상황 대처의 경우 연 4회를 진행해야 10점이 되지만 실제로는 2022년 0회, 2023년 3회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체평가서’에도 ㈜유신은 이를 강조하며 직원 안전의식 교육을 매일 개장 전, 마감 후 진행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만약 이 교육을 노동시간 외 진행하고, 시간외수당은 주지 않고, 필수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면, 만약 청장님이 교육 대상자라면 어떻게 하겠나? 월별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으나 해당 교육은 9월에는 진행되지 않았다. 관람객 사고가 났는데도 대처를 보여주기식으로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수동굴은 지난 2014년~2016년 대대적인 보수공사 당시 총 3억8백만 원(문화재청 2억7백만 원, 충북도청 5천만 원, 단양군청 5천만 원)을 국고에서 지원받았다. ‘문화재관리법’에 따르면 ‘소유자·관리자 또는 관리단체에 의한 관리가 곤란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문화재를 특별히 직접 관리·보호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보호에 필요한 경비는 국가가 부담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류호정 의원은 “천연기념물의 관리·보호할 역할과 자격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관리단체로서의 자격을 취소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지난해 고수동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뒤 ㈜유신은 ‘노조 불편하게 힘들게 원칙을 잡아라.’라는 발언하며 노조 해산을 지시하는 등 온갖 노조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 조합원에 대한 부당징계 모두 인정했고, 2명의 노동자에게 한 징계처분이 노조법상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했다”면서 문화유산 헌장’에서 말한 권리이자 의무를 문화재청이 다하기 위해서는 ㈜유신이 제대로 고수동굴을 관리·보호하도록 할 방안을 강구하고, 그렇지 않다면 관리단체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 또한 검토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훼손상태가 심각한 편”이라며, “관리단체를 집중적으로 더 검토하고 거기에 대해서 조치를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