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합격했는데… 내년엔 출근할 수 있나요?”

“7월 합격했는데… 내년엔 출근할 수 있나요?”

고양시청소년재단 합격자들, 5개월째 ‘임용보류’… 조직 혁신이 선결과제?

고양시 공공기관 통합채용을 통해 청소년재단에 합격한 24명이 합격통보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임용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고양시청소년재단 전경.

구직난이 심각한 요즘,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공기관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5개월째 출근을 하지 못하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전해지고 있다. 고양특례시 얘기다.

고양시는 지난 5월 산하 7개 공공기관 필요인원 총 90명을 뽑기 위한 통합채용 절차를 시작했다. 이후 2개월 동안 3차례의 검증과정을 거쳐 합격자를 추렸다. 지난 7월 19일에는 최종 합격자 통보도 진행했다.

하지만 채용인원의 약 38%인 37명은 5개월이 지난 12월 20일까지 임용장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특정 공공기관에 합격했다는 것이 전부다. 고양청소년재단에 원서를 낸 24명과 고양문화재단에 지원한 13명이 그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억울함이나 부당함을 제대로 호소하지도 못했다. ‘곧 근무하게 될 직장’이라는 이유에서다. 고양시의회를 비롯해 여러 온라인 구직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에 답답함을 토로할 뿐이었다.

남긴 흔적들을 살펴보면, 몇몇은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뒀는데 채용이 미뤄져 생계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는 임용일에 맞추려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인턴과정을 수료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합격자 가족이라는 A씨는 “지난 7월 합격을 확정받고 동생에게 선물한 정장이 여름용이었다. 그런데 벌써 겨울”이라면서 “(무기한 채용보류와 설명부족은) 엄연한 갑질이다. 모든 피해는 합격자들이 떠안고 있다”며 적절한 보상과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답변은 합격통보 5개월이 지난 후 이뤄진 ‘일부’ 임용이었다. 시는 최근 문화재단 임용대기자 13명의 21일 출근을 승인했다. 임용보류 기간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남은 24명의 청소년재단 합격자들에 대한 임용일정도 내놓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청소년재단 합격자 임용보류 장기화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정책에 따른 혁신방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다만 추후 임용 시점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 정리될 것”이라며 1월에는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시의 조치에 공무원들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타 지역 한 공무원은 “아무리 방만경영을 해결하겠다지만 합격자들이 무슨 죄냐. 채용을 볼모로 혁신안을 내놓으라는 협박일 뿐”이라면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고양= 글‧사진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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