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살래?” 반려동물 첫 입양을 위한 안내서 [이생안망]

“우리 같이 살래?” 반려동물 첫 입양을 위한 안내서 [이생안망]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씨는 요즘 출근할 때마다 눈에 밟히는 아이가 있다. 집을 나서면 늘 골목길에 웅크리고 있는 하얀 고양이다. 처음엔 털빛이 고와서 바라봤던 아이가 점점 꼬질꼬질해졌다. 점점 더 추워지는데도, 아이는 갈 집이 없는 듯하다.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은 13만 마리입니다.’ 오전에 스치듯 본 뉴스가 떠오른다. 혹시 내가 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하지만 시작 전부터 난관이다. 나처럼 내 몸도 잘 돌보지 못하는 존재가 반려동물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걸까. 유기동물 입양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쿠키씨처럼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동물과 내가 ‘우리’가 되어 이번 생을 잘 살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봤다.

“내가 동물과 살 수 있을까”

① 동물을 끝까지 보호할 수 있나요
강아지 평균 수명은 12~15년이에요. 수십 년 함께 지낼 새 가족을 맞이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게 되거든요. 결혼, 임신, 유학, 이사 등으로 가정환경이 바뀌어도 한 번 인연을 맺은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결심이 섰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마음은 있는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임시 보호를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임시 보호는 동물 단체가 법적 보호자인 상태로 동물을 집에서 잠시 돌보는 거예요. 평균 2개월 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중성화 수술이나 큰 병원 치료는 단체에서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임시 보호가 종료되면 그는 다시 보호센터로 돌아가 돌봄을 받아요. 임시 보호를 하다가 입양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시 보호 역시 입양 심사와 같은 절차를 거쳐 진행돼요.

② 가족들이 동의했나요
동물 입양은 반드시 가족 구성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해요. 자신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 중 동물 알레르기, 혹은 동물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정신 질환을 가진 경우 입양자 선정에서 제외될 수 있어요. 만약 집에서 동물을 키운다면 어울릴지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해요. 사전에 반려하길 원하는 동물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해서 동물의 특징을 인지하고,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보는 걸 추천해요.

③ 비용을 감당할 의지와 능력이 있나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추가 지출이 발생해요. 사료비, 간식비, 병원비 등 종류도 다양하고 금액이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습니다. 동물과 함께 살 경제적 여건이 되는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예요. 매달 고정 지출하는 평균 양육비는 강아지 한 마리에 11만원, 고양이 한 마리에 7만원 정도입니다. 건강관리나 상해·질병을 치료해야 하면 지출 비용은 더 늘어나죠. 한국 반려가구는 지난 2년 동안 평균 47만원을 치료비로 지출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요. 강아지는 피부질환, 고양이는 정기검진 비용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④ 동물과 함께할 시간이 충분한가요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40분, 1인 가구는 그보다 많은 7시간20분이라고 해요. 대부분 반려동물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요. 바쁘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해요.
특히 강아지는 ‘산책’이 중요해요. 산책은 동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집 안에서만 활동해 에너지 소모를 못 하면 말썽을 부리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생길 수도 있어요. 강아지는 하루에 3~4번 산책하는 것이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소형견은 최소 하루에 1번 30분~1시간 정도, 대형견은 보통 2시간 정도 함께 산책해주는 게 좋다는 점 기억하세요.

“유기 동물은 어디에서 입양하나요”

①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KAWA나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하고 있는 동물들을 만나고 입양을 신청할 수 있어요. 보통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 단체에서 신청서를 검토한 다음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입양 상담을 합니다. 입양이 확정되면 동물과 함께 가정을 방문하는 순서로 진행돼요.

②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인 포인핸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한 동물들을 확인하고 입양할 수 있어요.

③ 개인 구조자
최근 개인 구조자들이 임시 보호 중인 동물을 입양할 사람을 SNS를 통해 직접 찾기도 해요. SNS에서 마음이 가는 동물을 만나면, 개인 구조자에게 임시 보호나 입양에 대해 문의해 절차를 따를 수 있어요.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새 식구를 맞으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① 반려동물 도착 하루 전
사료, 방석, 밥그릇, 소독제, 손톱깎이, 목욕 샴푸 등 반려동물을 위한 기본 물품은 미리 구비해둬야 해요. 강아지는 배변 패드와 산책용 목줄이, 고양이는 화장실과 모래도 필요합니다. 어린 동물이면 주방용 저울과 핫팩, 동물용 분유가 필요해요.
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거나 크기가 작은 물건들을 정리해야 해요. 동물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비닐 조각, 플라스틱, 클립, 단추, 고무공, 고무줄 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 놓아야 합니다. 가전제품 전선을 물어뜯으면 화재, 감전 화상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꼭 정리해두세요.
화장실 변기 뚜껑도 닫아야 해요. 어린 동물은 변기 내부에 고인 물을 못 보기 때문에 변기에 빠져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숨기 좋은 작은 틈을 차단하고 집 안의 모든 창문도 닫아야 합니다.

②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첫날
반려동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요. 강아지는 첫 2주 동안 미리 마련한 제한된 공간에서 지내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이동장이나 케이지를 준비해서 그 안에서도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동장은 외출할 때 애완동물을 넣어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가방형 케이지에요. 강아지는 사회적인 동물이라 혼자 고립시키는 건 좋지 않아요. 격리돼 있어도 보호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가 처음 집에 오면 미리 마련한 공간에 이동장을 내려놓고 문을 열어 놓은 상태로 두세요. 고양이가 이동장에서 나올지, 머무를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려주세요. 어쩌면 이동장 안에서 몇 시간 동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 화장실과 사료, 물그릇은 충분히 떨어진 곳에 준비해주세요. 만약 고양이가 틈에 숨으면 억지로 나오게 하는 대신, 장난감이나 간식으로 나오도록 유도하고 기다려줘야 해요.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① 입양 후 동물이 적응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유기 동물들은 과거 밖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을 수 있어요. 청소기나 알람시계 소리에도 깜짝 놀라 겁먹고 도망갈 수 있으니, 동물을 데려오기 전 집안 환경을 세심하게 정비하는 게 좋습니다. 분리 불안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만약 입양 후 동물이 문제 행동을 할 경우 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해보세요.
고양이가 입양 첫날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걱정하며 병원에 데려 가는 경우도 많아요. 고양이는 환경에 민감해서 생활공간이 바뀌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2~3일 지나면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다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3일 정도는 지켜보는 게 좋아요.

② 집에 첫째 반려동물이 있어요.
첫째 강아지는 둘째 입양 시 데면데면하게 지내거나 아주 싫어하는 경우가 있어요. 둘째와 집에서 처음 만나는 대신, 밖에서 만나 함께 산책하고 집으로 같이 들어가면 적응에 도움이 돼요.
고양이는 첫째와 둘째를 서로 다른 방에서 지내게 하는 게 좋아요. 서로 존재감을 냄새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방문 사이로 얼굴을 마주치게 해서 접촉을 하게 해줘요. 이때 첫째가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는지, 밥을 먹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해요. 만일 첫째 고양이가 둘째로 인해 밥을 먹지 않는 상태로 4일 정도 지나면 둘째를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좋아요.

③ 밥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강아지는 사료를 하루에 두 번 정도 주는 걸 권해요. 양은 체중이나 나이, 활동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사료 회사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참고해 정량을 줘야 해요.
고양이는 비만이 아니면 그릇에 담아두고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하세요. 사료가 오랫동안 쌓여 있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물은 항상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잘 관리해줘야 하고요. 특히 여름철엔 물의 신선도를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답니다.

④ 강아지 입양 첫날부터 산책해도 될까요.
산책 교육을 받지 않은 강아지를 입양했으면 충분히 산책 연습을 해야 해요. 사람을 아주 잘 따르는 강아지라 해도 입양 첫날부터 산책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실제로 입양 첫날 산책을 하다가 도망치는 사례가 많다고 해요. 일주일 정도 함께 지내며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해요. 산책할 때는 꼭 인식표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정윤영 인턴기자 yuniejung@kukinews.com  / 취재 도움=경기도청 반려동물과, 동물자유연대 KAWA 조은희 홍보팀장, 동물권행동 카라 입양팀, KB금융지수 경영연구소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
정윤영 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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