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숨결] 코와 머리가 괴로운 질병, 만성 축농증

[한방의숨결] 코와 머리가 괴로운 질병, 만성 축농증

감기 같은데 잘 안 떨어지는 코 증상, 소아축농증 의심해 봐야


#글// 김지수 영동한의원 진료원장(침구과 전문의)

김지수
영동한의원 진료원장
침구과 전문의

한 할머니가 칭얼대는 6세 남자아이를 데리고 왔다. 자신의 손주인데 도무지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좀 봐달라고 했다. 

증상을 들어보니 오래 전부터 낮에는 괜찮다가도 밤만 되면 심하게 코를 훌쩍거리고 답답하다며 보챈다는 것이다. 새벽쯤에도 내내 콧물이 뒤로 넘어갔는지 코를 심하게 골고 자주 깨서 운다고 호소했다.

보다 못해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더니 목 감기에 코 감기가 겹쳤다며 약을 지어주더라고 했다. 그런데 그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계속 같은 증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도대체 무슨 감기가 이렇게 지독하냐며 할머니가 혀를 찼다.

진단검사를 해보니 그 아이는 만성 축농증, 즉 부비동염에 걸린 상태임이 확인됐다. 코 주위의 뼛속에 들어있는 공간이 부비동인데, 여기에 염증이 생긴 것이 속칭 축농증으로 불리는 부비동염이다. 

축농증은 만성화되면 지속적으로 코가 막히고 누런 콧물이 흐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촛물이 코 뒤에서 목으로 넘어가고 코피도 자주 나게 된다. 또 후각 및 집중력이 감퇴되고 두통을 호소하게 된다. 만성 축농증은 또한 만성 후두염, 기관지염, 중이염 등을 합병하기도 쉬워 방치해선 안 되는 질환이다. 

정상인도 코 분비물이 목 뒤로 조금씩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코에 문제가 생겨 분비물의 양이 많아지거나 콧물이 끈끈해지면 코 뒤에서 콧물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른바 '코 가래'란 것으로, 만성적인 기침이나 아침에 구역질을 하게 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축농증의 원인은 대부분 세균 감염으로 비롯된다. 특히 감기로 인체가 바이러스에 침범당해 시달리면서 저항력, 면역력이 떨어지면 외부의 세균 감염에도 무방비 상태가 된다.

알레르기성 비염, 비중격 만곡증으로 부비동의 배설 구멍이 막힐 때 급성 부비동염이 유발되고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을 때에도 세균 감염이 일어난다.

축농증을 치료할 때는 항생제를 먼저 투여해야한다. 항생제는 2주 단위로 약을 바꾸어가며 투여하여 그 효과를 검토하고 그 중 가장 유효한 것을 선택해 사용한다. 이와 아울러 보조제로서 두통, 코막힘, 콧물 완화제를 사용한다. 

앞서 사례로 소개한 아이와 같은 소아 축농증은 먼저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바른 진료순서다. 외과적 수술은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 차선책으로 필요할 뿐이다. 이 외에도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있으면 비대해진 부위가 기도를 막아 축농증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코에 문제가 생기면, 코가 자주 막히면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감기이든 축농증이 의심되는 상태이든 상관이 없다. 어떤 경우이든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감별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대책을 강구하는 좋다.

특히 일반적인 감기 치료에 걸리는 시간보다 오랜 시간을 끌고도 낫지 않는 증상이라면 더 늦기 전에 즉각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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