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시대유감' 화신 된 양현석에 대한 유감

[쿡초점]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시대유감' 화신 된 양현석에 대한 유감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은“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라고 ‘시대유감’을 통해 노래했다. 그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2019년. 그룹의 멤버였던 양현석은 유감의 중심에 서 있다. 경찰유착, 그리고 후배 가수들의 마약 투약 은폐 의혹. 정직도, 윤리의식도, 한국 엔터산업을 끌어나가는 리더로서의 시대정신도 보이지 않는다.

20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가 YG엔터테인먼트 측의 요구로 2016년 12월부터 3개월간 미국 LA에 체류했다고 보도했다. 빅뱅의 컴백을 앞두고 멤버 탑이 한서희와 만나며 대마초를 나누어 피운 사실을 알게 된 빅뱅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측이 증거인멸 혹은 사건 부각을 방지하기 위해 한서희를 해외로 출국시켰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서희와 탑의 만남은 2016년 10월. 당시 빅뱅 컴백을 준비하던 탑은 한서희와 만나 대마초를 흡연했으며 YG측은 이에 당시 한서희 소속사 대표에게 빅뱅 컴백 전 한서희의 해외출국을 요구했다. 한서희는 2016년 12월 9일 출국했다. 빅뱅은 나흘 뒤인 13일 정규앨범 ‘메이드’(MADE)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로 활동했다. 한서희는 대마초 흡연으로 긴급체포된 당시 경찰 피의자 심문에서  “원래 2016년 12월 9일에 출국해 약 한 달 정도 머물다 올해 1월 초순경 들어올 계획이었는데, 2017년 탑이 군 입대를 해 회사 외국에 간 김에 한두 달 정도 더 쉬었다 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디스패치는 밝혔다.

YG를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YG가 경찰, 검찰 등과 유착돼있으며 끊임없이 마약 투약 등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은 2014년 그룹 2NE1 멤버 박봄의 암페타민 밀수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가 시작이다. 당시 박봄은 2014년 7월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다량 밀수하다 적발된 사건이 뒤늦게 보도됐다.  그는 2010년 10월 12일 국제특송 우편을 통해 암페타민 82정을 미국에서 밀수입하다 인천국제공항세관에 적발돼 검찰의 내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박봄을 입건유예 처리해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빅뱅의 탑이 대마초 투약으로 2017년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입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9년 2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다. 당초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김상교씨의 클럽 내 강간사주 의혹 제기로 시작된 사건은 클럽 버닝썬의 탈세 의혹, 성매매뿐 아니라 강간사주와 폭행, 마약류 유통 등으로 번졌다. 그룹 빅뱅의 승리는 이 사건으로 연예계를 은퇴하고 성매매 등에 관해 조사받은 후 재판 중이다. 이후 단순히 승리만의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 속속 밝혀졌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만 해도 당초 승리의 클럽 경영에 관해 가수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YG엔터테인먼트 역시 홍대 인근 지역에서 다수의 클럽을 운영하며 마포구 조례 등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리 명의라던 클럽 러브시그널 또한 공문서상 실소유주 A주식회사였고 A주식회사는 2016년 12월 31일 양현석 대표가 70%, 양 대표 동생이자 대표이사인 양민석 이사가 30%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YG의 탈세 의혹으로 번졌다.(본지 단독 보도)

이에 다시 YG의 고위층 연계, 검찰 유착 의혹 등이 커졌으며 국민 관심도도 높아졌다. ‘특검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당시 쿠키뉴스의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3월30일부터 4월1일까지 사흘간, 대한민국 거주 만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버닝썬 게이트 경찰 유착 특검 필요성’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4.3%가 ‘특검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필요없다' 18.2%, '잘모름' 7.6%로 조사됐다.

그리고 지난 12일. 아직 ‘버닝썬 게이트’의 재판도 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졌다. 이날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비아이가 지인A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는데, 대화 속 비아이는 지인 A에게 마약 구매를 요청하고 있다. A씨는 2016년 4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8월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A씨가 탑과 함께 대마초를 흡연한 한서희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씨는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YG와 경찰의 유착 고리를 살펴달라"며 비실명 공익신고서를 제출했다. 한씨가 애당초 익명 A씨로 신고서를 제출한 이유는 2017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12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기 때문. 그는 당시 사건이 재조사에 들어가면 또다시 처벌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YG가 자신을 여러 모로 겁박했다며 “YG가 잘 막고 있구나”싶어 답답해 제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씨 제보에 따르면 YG의 수장 양현석은 한씨를 협박하고 회유하며 비아이의 마약 투약도 검사를 피해가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양현석은 20일 YG엔터테인먼트 보도자료를 통해 “금일 디스패치 보도를 포함해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들은 제보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YG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언론 대응이나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수사기관에서 면밀히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양현석은 “계속되는 거짓 주장과 의혹 제기에 대해 향후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과연 진실은 밝혀질까. 한씨가 YG 연습생이 아니라는 입장문은 보도 즉시 냈던 YG는 왜 다른 입장문은 내지 않을까. 지난 14일 YG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는다던 양현석은, 진실이 언젠가 밝혀질거라면서도 왜 또 YG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냈을까. 분명한 건 모든 이들이 그를 유감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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