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교통사고 당한 민건이 7시간 동안 수술 받을 병원 찾지 못해 죽었다

[안기종의 환자샤우팅] 교통사고 당한 민건이 7시간 동안 수술 받을 병원 찾지 못해 죽었다

글·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쿠키 건강칼럼] 선물받은 HT-5503 번호판을 단 빨간 자동차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생후 25개월 된 김민건 군이 교통사고로 9월 30일 오후 5시 48분경 전북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민건이는 이후 7시간 동안 수술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지난 10월 14일 SBS ‘궁금한이야기Y’가 방영한 ‘7시간의 미스터리, 병원은 왜 아이 수술을 거부했나.’편에서 민건이 아빠와 엄마가 했던 말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아들이 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니까 ‘병원만 빨리 가면 살겠지 살겠지’ 그 생각만 했어요.”(민건이 아빠)

“저녁 7시 반부터 아이의 고환 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라고요. 출혈이 계속 되니까 ‘엄마 아야아야’ 배 가리키면서 ‘아야아야’ 아이가 되게 많이 목말라 했는데 물도 못주고 바둥거리는 걸 ‘엄마가 물 갖다 줄게’하면서 달래서 거즈로 입 닦아주고 그랬었는데...”(민건이 엄마)
[사진①] 선물 받은 빨간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던 두 살배기 김민건 군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7시간 동안 14개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했다(출처: MBC 뉴스 및 SBS 궁금한이야기Y 해당 화면 캡처).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살 민건이는 7시간 동안 전국 14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했다. 

10월 1~3일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9월 30일 금요일 오후 5시경 외할머니 양손을 잡고 어린이집에서 하교하던 2세 민건이와 4세 그의 누나는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라고 있는 동안 후진하던 10톤 대형 견인차에 치였다. 민건이 누나는 찰과상 정도로 경상이었으나 민건이와 그의 외할머니는 중상을 입었다. 곧바로 119 구급차 2대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골든타임(1시간) 이내인 사고 발생 40여 분만에 응급실에 도착했고, 그것도 광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전북대병원 의료진은 수술실이 모두 수술중이라는 이유로 119 구급차로 이송된 지 20여 분만인 6시10분경 민건이의 타 병원 전원을 결정하였다. 이후 레지던트 2년차와 1년차가 약 3시간 동안 중증외상센터 6개를 포함해 전국 14개 종합병원에 전원을 요청하였지만 모두 거절당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민건이는 헬기로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11시 59분경 이송되었고, 사고발생 7시간 만인 다음날 새벽 1시경 응급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민건이를 살리기에는 수술이 너무 늦었고 다음날 새벽 4시 40분경 사망했다.

외할머니는 응급실 도착 때부터 출혈이 심했고, 심정지가 오는 등 전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중하여 전북대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수술하기로 결정하였다. 문제는 수술실이 없어서 사고 발생 6시간 만인 오후 11시경이 되어서야 응급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고, 수술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 6시 30분경 사망하고 말았다.
[사진②] 교통사고를 당한 민건이는 6개 광역외상센터를 포함해 전국의 14개 병원에서 전원을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이 중 단국대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에는 전원 의뢰 자체가 없었고, 순천향대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성빈센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은 전원의뢰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의뢰 과정에서 통화가 종료되어 환자를 미수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중증외상 환자가 광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 골든타임 이내에 도착했으나 곧바로 수술 받지 못했고, 전국 14개 병원에 전원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헬기까지 동원되어 가까스로 사고 발생 7시간 만에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한 민건이 사건이 언론방송 보도를 통해 보도되면서 그 파장이 알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의 허술한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체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고, 국민들 본인도 이와 동일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불안감을 갖게 만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전남대병원의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였다.

보건복지부는 민건이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신속히 현지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2차례의 전문가회의를 거쳐 지난 10월 20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개최해 현행 법령을 위반한 해당 의료기관들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응급의료법 위반 및 귀책사유가 중하다고 판단된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에 대해서는 각각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결정을 하였다. 다만, 지역 내 주민들의 의료이용 불편 가능성을 감안하여 6개월 동안 개선 노력을 거쳐 재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을지대병원에 대해서는 당시 병원의 응급수술이 진행 중이던 여건 및 전북대병원로부터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여 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를 유예하되, 병원의 자체 개선노력을 평가하여 6개월 뒤에 지정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였다.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 지역 내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치료 공백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에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를 일단 유예한 후 병원의 자체 개선노력을 평가해 최종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가 되더라도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정부 보조금 및 관련 의료수가를 받지 못할 뿐 그 기능 수행은 여전히 가능하고, 6개월 후 재지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그 기능 수행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었다. 

환자들이 최초 이송된 전북대병원은 ⑴권역응급의료센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고, ⑵응급의료법령상 의무인 비상진료체계 운영과 관련하여 응급의료법 규정에 따른 당직 정형외과 전문의 호출 및 직접적인 대면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⑶영상의학과 등 관련 과목의 협진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 평가 및 진료가 일부 미흡하였고, ⑷환자 전원 의뢰 시에도 환자의 활력징후 및 사고기전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의뢰받는 병원에게 대상 환자의 임상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⑸환자 상태가 위중함에도 응급의료책임자 및 담당 전문의가 전원에 개입하지 않고 전공의에게 일임함으로써 전원이 지연되었다는 점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중증외상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골든타임 이내인 사고 발생 40여 분만에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은 항시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응급중증 환자용 수술실을 포함해 모든 수술실에서 수술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전원이 결정되었다. 문제는 당시 수술실에서는 중증응급이라고 보기 어려운 유방재건술도 진행되고 있었고, 중증응급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직 정형외과 전문의 호출도 없었으며, 심지어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해하기 힘든 헬기 이송까지 했었다. 이렇듯 응급의료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취소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전남대병원은 전북대병원의 전원 의뢰가 환자 상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골반 골절 및 발목 손상 수술 여부만 질의하여 해당 환자를 중증외상 환자로 인지하지 못해 미세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사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전북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 국립중앙의료원의 전원조정센터에서 전원 의뢰 시 “트럭에 깔린 25개월 남아 환자로, 골반 손상(pelvic rim injury) 환자로 symphysis pubis 열린 openbook type 환자”라고 골반골절에 따른 중증의 환자 상태가 비교적 상세히 전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증외상 환자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환자 정보 파악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학과·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 등의 전문의들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응급 중증외상 수술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시설과 장비를 구비한 곳이다. 당시 권역외상센터인 전남대병원에서 전북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수용하여 비어있는 수술실에서 응급수술을 진행하였다면 민건이는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민건이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시스템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6발의 총상을 입은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중중외상시스템 구축이 본격화 되었다. 정부는 2015년까지 전국에 총 15개의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였고, 이 중 시설·인력기준 등 법적 기준을 완료해 개소한 곳이 9곳이며, 현재 개소를 준비 중인 곳이 6곳이다. 올해 2개소를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이미 지정된 15개소 권역외상센터에 지금까지 2,129억 원의 국비가 지원되었으며, 각 센터별로 80억 원의 시설 및 장비 확충 비용을 지원하였고, 연차별로 7~27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국에 권역외상센터가 9개소나 개소해 운영 중이고, 전북대병원에서 이 중 3개소에 전원을 요청하였지만 인접한 전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은 전원을 거부하였고, 환자는 최종적으로 사고발생 7시간 후 아주대병원에 헬기로 이송되었지만 응급수술에도 불구하고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실에 의하면 2015년 전국 10개 권역외상센터 평가 결과에서 민건이와 같이 중증외상 환자 3,526명 중에서 85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타 병원으로 전원 되었다.
[사진③] 2015년 전국 10개 권역외상센터 평가 결과 중증외상 환자 3,526명 중에서 85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타 병원으로 전원되었다.(출처: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실 보도자료)  

민건이 사망사건 이후 보건복지부가 신속한 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의료기관을 중징계함으로써 타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경종을 울리게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해당 의료기관에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중증외상 소아환자인 민건이 사망사건을 우리나라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체계를 새롭게 하고 발전시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시스템 개혁을 위해 관련 학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응급의학회·외상학회·신경외과학회·정형외과학회 등 관련 학회와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등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119구급대 현장 이송 체계, 전원 핫라인 및 조정 체계, 신속한 헬기이송 체계, 중증응급 환자 전원 절차 및 지침 개정 등” 문제점이 드러난 현행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특히, 현재 닥터헬기가 전국에 6대가 운영 중이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사진④] 현재 닥터헬기가 전국에 6대가 운영 중이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출처: 경상북도 블로그 ‘경북두드림’) 

아울러 선진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 체계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관련 의료 인력의 확충을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과 집중적인 투자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전국에 권역외상센터를 17개나 운영하는 것이 필요한지와 법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양질의 중증외상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가 부족한 권역외상센터는 과감하게 폐쇄하는 등 선택과 집중 방식의 권역 중증외상 체계 구축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 
[사진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에 권역외상센터 15개소를 지정해 운영 중이거나 개소를 준비 중이고, 2016년까지 총 17개소를 운영할 예정이다.(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교통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중증외상을 당한 경우 응급실 이외 권역외상센터에서 보다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대국민 캠페인도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아직까지 권역외상센터는 낯설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5월 19일 고위험 항암제인 ‘빈크리스틴’ 투약오류가 발생해 백혈병 투병 중이던 9살 정종현 군이 사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 6개월 만인 2014년 12월 29일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4년 1월 23일 백혈병이나 혈액암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지만 레지던트 2명이 요추천자 시술을 5번 실패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9살 전예강 양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있으면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제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운동’(일명, 예강이법)이 시작되었고 2016년 5월 19일 국회를 통과했다. 
[사진⑥] 환자안전법 제정을 시작하게 만든 고 정종현 군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하게 만든 고 전예강 양(출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9살 종현 군과 예강 양이 의료사고를 당해 일찍 하늘나라에 가는 안타까운 사건을 당했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과 국민들이 함께 의료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환자안전법을 제정하고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신속한 배상을 위해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하는 활동을 전개해 두 어린이의 짧은 삶과 슬픈 죽음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 

부디 25개월 밖에 되지 않은 민건 군의 이 세상에서의 짧은 삶과 슬픈 죽임이 전국의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을 개혁하는 촉매 역할을 하여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 응급 중중외상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골든타임인 1시간 이내에 수술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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