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하다하다 야구단까지, 요즘 ‘사과’하기 바쁜 삼성…이후는 국민의 몫

[친절한 쿡기자] 하다하다 야구단까지, 요즘 ‘사과’하기 바쁜 삼성…이후는 국민의 몫

사진=국민일보 DB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7년만이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사과문을 읽는 그는 눈물을 글썽였고 목소리는 간간히 떨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오너가로서는 7년만이며,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나와 사과문을 낭독한 것은 처음이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한 것은 오랜만이지만, 기업 차원에서 보면 삼성은 최근 사과가 잦은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5월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고(故)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처음이었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혈병 문제를 진작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간의 입장에 비춰보면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였습니다.

올해 3월에는 삼성물산이 주주총회 날 소음피해 민원인의 당일 행적을 미행하고 실시간으로 사찰한 사실이 들통이 나 건설 부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야구단까지 말썽입니다.

20일 삼성라이온즈 김인 사장은 “마카오 원정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 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삼성이 최근에 이처럼 ‘고개를 잘 숙이는’ 배경에는 3대 기업 세습으로 인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읽혀지기도 합니다.

또 사과를 안 하고 버티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긴 하지만 안이한 태도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메르스,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 야구선수 해외원정도박 사태 모두 이전까지 ‘무(無)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여론이 계속해서 들끓자 뒤늦게 부랴부랴 사과하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사과를 했다고 해서 삼성의 ‘초일류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울러 삼성이 대국민 사과를 단순 ‘면피용’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조정안이 나오자 언론들은 마치 피해자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반올림과 시민단체는 공익법인을 설립해 직업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자는 권고안을 거부한 반쪽짜리 타결이며 문제를 삼성의 통제 범위 내에 두려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은 지난달 다시 삼성본관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또 삼성 서울병원은 ‘마지막’ 메르스 환자로 알려진 80번 환자가 지난 11일 병원에 도착해 의료진에게 재발 사실을 알렸지만 즉각 격리하지 않고 안이한 대응을 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삼성 라이온즈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며칠 동안을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법적 절차를 철저히 밟아야 하는 수사당국과 달리, 구단이 직접 선수들에게 자체 확인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대국민 사과’는 삼성의 몫이지만, 그 이후에 대한 ‘모니터링’은 국민의 몫입니다.

삼성이 사과한 여러 문제에 대해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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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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