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장소는 어두침침한 취조실.
“왜요? 흡연죄로 기소하시려고요?”
금연구역이라는 형사의 말에 흰 미니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이렇게 말하면서 다리를 꼽니다.
완전히 매혹돼 버린 형사들은 할 말을 잃죠. 1992년 작 영화 ‘원초적 본능’을 보지 않았더라도 이 장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무명 배우에 지나지 않던 샤론 스톤은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을 할리우드 대표 섹시 아이콘으로 남성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영화가 나온 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장면이 패러디 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내 엉덩이가 두툼한 팬케이크 같다는 점을 잘 안다”며 “이젠 더 이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 ‘의외의 발언’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개인의 ‘다사다난한’ 14년의 재활기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녀는 2001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뇌 손상으로 언어능력과 시력이 떨어졌고, 왼쪽 다리의 감각도 마비 직전까지 갔습니다. ‘원초적 본능2’로 재기를 꿈꿨지만, 영화는 혹평 일색이었죠. 그 여파로 결혼생활도 깨졌고, 입양한 아들의 양육권까지 잃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겪고 난 뒤 스톤은 미국 여성 패션 월간지 ‘하퍼스바자’ 9월호와 함께 나체 화보를 찍고 인터뷰에서 “섹시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분명 가슴을 키우는 것 따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육체적 섹시함’의 대명사이던 그녀가 한 발언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반면 올 여름의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섹시함에 대한 가벼운 고민’이 넘쳐났습니다.
여자 아이돌의 선정성 논란은 이제 식상합니다. 너도나도 섹시함을 주장하는 통에 노출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걸그룹들의 공통된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음악은 결국 음악 자체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출 등의 ‘컨셉’으로 잠깐 화제몰이는 할 수 있어도 여운이 오래도록 가는 음악이 되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노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스톤은 인터뷰에서 ‘섹시함’에 대해 “현재 함께 있는 사람이 좋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아끼고 즐기는 게 아닐까”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물론 그녀의 이런 발언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과거의 인기를 되찾으려는 추락한 여배우의 욕심과 누드 사진을 통해 판매 부수를 늘리려는 잡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혹한의 시기를 견뎌낸 왕년의 섹시 아이콘이 보여준 ‘억지스럽지 않은 매혹’이라는 메시지는 단순히 ‘몇 마디의 말’을 넘어서는 의미로 다가오기에 충분합니다. jjy4791@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