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려! 엄마!” 식혜 사러 간 사이… 창동 층간소음 참극

“사람 살려! 엄마!” 식혜 사러 간 사이… 창동 층간소음 참극


[쿠키 사회] “사람 살려! 엄마! 경찰 불러요!”

지난 17일 오후 9시10분쯤. 서울 도봉구 창동 아파트 13층 복도에 진모(48)씨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버지 제사를 위해 가족들과 어머니 집에 왔다가 식혜를 사러 나간 지 20여분 만이었다. 진씨의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니 아래층 주민 조모(54)씨가 한 손에 흉기를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진씨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었다. 어머니는 황급히 손녀의 눈을 가렸다. 며느리의 절규가 허공을 갈랐다. 평화롭던 아파트는 순식간에 참극의 현장으로 변했다.

조씨와 진씨의 악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결혼한 진씨는 이듬해부터 어머니 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았다. 어느 날 조씨가 진씨 집 현관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왜 쿵쿵 거리냐”는 거였다. 진씨는 어린 딸이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인가 싶어 바닥에 두꺼운 카펫을 깔고 지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조씨는 툭하면 천장을 세게 치거나 진씨 집으로 올라와 욕설을 섞어가며 층간소음에 항의했다. 조씨에게 시달리던 진씨 가족은 결국 2년 전 연로한 어머니만 아파트에 살도록 하고 길 건너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런데도 조씨의 괴롭힘이 계속됐다. 조씨는 수시로 13층에 올라와 어머니 혼자 사는 집을 엿보고 갔다. 때로는 아래층 복도에서 고개를 내밀고 위층을 올려보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면 욕을 했다. 어머니가 창문을 열고 옷가지라도 터는 날이면 조씨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 험상궂은 조씨의 말투와 행동에 잔뜩 겁을 먹은 진씨 가족은 현관 앞에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그러던 중 결국 사달이 났다. 오랜만에 진씨와 마주친 조씨는 대뜸 “왜 시끄럽게 구냐”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진씨가 항의하자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조씨는 갑자기 자기 집으로 내려갔고 흉기를 들고 올라와 진씨를 여러 차례 찔렀다. 진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18일 살인 혐의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도 서울 중랑구에서 층간소음으로 갈등하던 아랫집 주민이 윗집 형제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같은 달 서울 양천구에서는 1층 주민이 “시끄럽게 군다”는 이유로 윗집에 휘발유 병을 던져 불을 내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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