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2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추돌한 열차 2량에 타고 있던 승객 1000여명은 사고 순간 지독한 공포를 체험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승객들은 힘겹게 탈출했다. 사고 직후 전동차 안이 정전되고 지하철 선로 내부 조명까지 모두 꺼졌으며, 일부 열차 칸에서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많은 승객이 어둠 속에서 탈출구를 찾느라 우왕좌왕했다. 일부 승객은 급한 마음에 반대편 선로로 뛰어나갔다. 자칫하면 2차 사고가 벌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다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후송된 이영자(74·여)씨는 “잘 달리던 전동차에서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나 열차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며 사고 당시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설명했다. 이씨는 “출입문이 안 열려 열차 안에서 다른 칸으로 걸어가 열린 출입문을 찾았다”며 “불이 날까봐 서로 빠져나가려고 아우성이었다”고 회상했다. 간신히 상왕십리역 플랫폼으로 빠져나온 이씨는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던 부상자들의 피를 보고 한번 더 소스라치게 놀랐다.
뒤에서 들이받은 2260호차 승객 장혜영(24·여)씨는 “대구지하철 사고가 생각나면서 열차가 폭파되는 게 아닌가 싶어 손발이 떨렸다”면서 “밖으로 나가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에 치일까봐 고민하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따라 나갔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대피 안내방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 큰 혼란이 빚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하철 2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 정상적으로 대피 안내방송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승객들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260호차 네 번째 칸에 타고 있던 권유진(20·여)씨는 “남자들이 망치로 문을 열었는데 통로는 막혀 있고 벽이 있어 다시 닫았다”며 “대피명령 등 안내방송은 전혀 없었고, 승무원과 어른 남성들의 지시에 따라 다른 칸으로 대피해 겨우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역시 “방송을 전혀 못 들었다”고 했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고 직후 나온 안내방송이라곤 ‘앞차와의 간격 때문에 잠시 정차 중’이라는 것뿐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사고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남성 승객은 “전동차 손잡이를 잡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고 정전이 됐다”면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연기가 막 나는 게 보였고, 곳곳에서 ‘불난다’ ‘폭발한다’는 말들이 들렸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혼란 속에서도 여성과 노약자를 먼저 대피시키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뒷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어르신이나 여성은 열차와 선로의 높이 차이가 부담돼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부축하거나 안고 함께 선로로 내려왔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다 같이 노약자를 부축해 밖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사고 열차에 타고 있다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후송된 이영자(74·여)씨는 “잘 달리던 전동차에서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나 열차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며 사고 당시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설명했다. 이씨는 “출입문이 안 열려 열차 안에서 다른 칸으로 걸어가 열린 출입문을 찾았다”며 “불이 날까봐 서로 빠져나가려고 아우성이었다”고 회상했다. 간신히 상왕십리역 플랫폼으로 빠져나온 이씨는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던 부상자들의 피를 보고 한번 더 소스라치게 놀랐다.
뒤에서 들이받은 2260호차 승객 장혜영(24·여)씨는 “대구지하철 사고가 생각나면서 열차가 폭파되는 게 아닌가 싶어 손발이 떨렸다”면서 “밖으로 나가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에 치일까봐 고민하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따라 나갔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대피 안내방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 큰 혼란이 빚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하철 2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 정상적으로 대피 안내방송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승객들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260호차 네 번째 칸에 타고 있던 권유진(20·여)씨는 “남자들이 망치로 문을 열었는데 통로는 막혀 있고 벽이 있어 다시 닫았다”며 “대피명령 등 안내방송은 전혀 없었고, 승무원과 어른 남성들의 지시에 따라 다른 칸으로 대피해 겨우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역시 “방송을 전혀 못 들었다”고 했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고 직후 나온 안내방송이라곤 ‘앞차와의 간격 때문에 잠시 정차 중’이라는 것뿐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사고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남성 승객은 “전동차 손잡이를 잡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고 정전이 됐다”면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연기가 막 나는 게 보였고, 곳곳에서 ‘불난다’ ‘폭발한다’는 말들이 들렸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혼란 속에서도 여성과 노약자를 먼저 대피시키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뒷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어르신이나 여성은 열차와 선로의 높이 차이가 부담돼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부축하거나 안고 함께 선로로 내려왔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다 같이 노약자를 부축해 밖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