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르는게 값’ 예식장 대관료… 말 한마디에 수백만원 예사로 깍아줘

[기획] ‘부르는게 값’ 예식장 대관료… 말 한마디에 수백만원 예사로 깍아줘

[쿠키 사회] ‘강남 ○○○예식장. 4월 19일이고요, 꽃장식 포함해서 총 대관료는 90만원이래요.’

이달 말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온라인 결혼준비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누군가 올린 이 글을 읽고 당황했다. A씨가 200만원에 예약한 바로 그 예식장인데 이 글을 올린 사람은 겨우 90만원에 계약했다는 거였다. 예식장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따지자 직원은 “허위 정보니 신경 쓰지 말라”고만 했다. A씨는 15일 “생애 한 번뿐인 결혼식을 찜찜한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부르는 게 값’인 예식장 대관료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 한 마디에 100만~200만원이 깎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소비자들의 혼란만 늘어나는 가운데 예식업계도 가격 정찰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씨가 계약한 예식장에 기자가 상담을 요청해보니 대관료 540만원을 제시했다. 잠시 뜸을 들이자 직원은 “이벤트가로 200만원에 진행해드리겠다”며 가격을 깎기 시작했다. 이후 웨딩플래너를 통해 다시 문의하니 대관료는 90만원까지 떨어졌다.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대관료 가격이 6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이다.

서울의 다른 예식장도 마찬가지였다. 안내문에 적힌 대관료는 500만원이었지만 직원과 서너 차례 흥정을 거치자 185만원까지 내려갔다. 1인당 6만원으로 명시된 식대도 시장에서 콩나물 값 깎아주듯 직원이 제시한 최종 가격은 4만7000원이었다.

이처럼 대관료가 제각각인 까닭은 대부분의 예식장이 대관료 대신 ‘식대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 사용료로 100만원을 깎아주더라도 일단 계약에 성공하면 수천만원 식사비가 보장된다. 일정 숫자의 하객 식사비를 미리 계약하면 대관료를 깎아주는 관행도 이런 탓이다. 같은 달 비슷한 시간대에 결혼식을 치러도 많게는 서너 배까지 대관료가 차이 나는 경우가 생긴다.

예식장의 ‘끼워 팔기’ 역시 고무줄 대관료에 한몫을 하고 있다. 예식장 대부분은 꽃 장식이나 음료(술) 등을 함께 계약해야 대관료를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준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오랜 세월 끼워 팔기 관행이 만연해온 터라 예식장은 흥정하면 깎아주는 식으로 정해진 가격 없이 운영돼 왔다”며 “대관료가 정찰제로 운영되지 않다 보니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계약할 수 없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체 자율 개선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경 김유나 기자 vicky@kmib.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김유나 기자 vicky@kmib.co.kr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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