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결국 사퇴…취임 1년만에 불명예 퇴진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결국 사퇴…취임 1년만에 불명예 퇴진


[쿠키 경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23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회장 재직 당시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해 1조62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책임으로 지난 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데 따른 것이다.

◇끝까지 버틴다더니 왜 주저앉았나=황 회장의 사임은 금융권 안팎의 사퇴 압력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는데 법률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문제로 인해 조직의 성장·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 후임으로 우리은행장을 지낸 박해춘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지난 11일 자진 사퇴한 것도 황 회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회장이 백방으로 물밑 구명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뒤집고 명예를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주저 앉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황 회장이 민·형사상 책임져야 할 만큼 중대 실책을 했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직무정지 상당의 내부징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징계조치에 대해 수차례의 소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의 주장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보 징계는 그대로 진행=예금보험공사는 황 회장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25일 임시예보위원회를 열고 징계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예보 관계자는 “황 회장이 KB금융지주회장에서 물러나는 것과 예보가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실패를 묻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예보도 지난해 4분기 우리금융지주가 경영이행약정(MOU)을 달성하지 못한 데는 황 회장의 투자 손실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직무 정지 또는 해임 상당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 결정 이후 예보는 대주주 자격으로 우리은행을 통해 황 회장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선장 잃은 KB금융지주 앞날은=KB금융그룹 이사회는 2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차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관에 따라 새 회장 인선 전까지는 지주사 부회장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조담 KB지주 이사회 의장은 “조직을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직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대행 체제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따라 인수·합병(M&A) 등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업무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강 행장이 무리한 M&A를 자제할 경우 그동안 추진해온 증권 및 보험사 인수 작업이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
황일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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