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의 기쁨은 잠시,이자폭탄 현실화

내집 마련의 기쁨은 잠시,이자폭탄 현실화

[쿠키 경제] 금융위기 이후 빚내 내집을 마련한 사람들에게 기쁨은 이제 그만인 듯싶다. 이자폭탄의 심지에 불이 본격 타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 발언의 여파다.

최근 한 달 새 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4% 넘게 늘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상승할 경우 연말에는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실제 지난 6월 A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김모씨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리에 입술이 바싹바싹 마른다고 한다. 김씨가 대출받은 금리는 연 5.38%. 대신 3개월마다 CD 금리 변동분을 반영해 재조정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지난 석달간 김씨는 매달 이자 67만2500원을 냈다.

그러나 CD 금리가 17일 연 2.64%로 급등하면서 김씨에게 이달부터 새로 적용되는 대출금리는 연 5.61%다. 이자로 치면 70만1250원으로 지난달보다 2만8750원, 4.3% 오른 셈이다. CD 금리가 3%대를 넘을 경우 김씨가 내야할 이자는 75만원을 넘게 된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6%대에 진입, 가계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의 신규대출자용 주택대출 금리는 이날 4.84∼6.39%로 지난주 초에 비해 0.06%포인트 상승했다. CD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른 지난달 13일과 비교하면 한 달 새 0.27%포인트나 급등했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4∼6.14%다. 다음 주에는 최근 CD금리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최고금리가 6.2%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대출금리 역시 5.12∼5.94%로, 신한은행은 4.72∼5.82%로 지난주 초에 비해 각각 0.05%포인트 올랐다.

지난 2월 12일 이후 연중 최고치로 오른 CD 금리는 이 총재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6일 연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D 금리가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주류다. 그러면 사상 최악 수준인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은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697조7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4조1000억원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시장금리와는 별도로 CD금리가 급등하면 차입자들의 부담이 급격히 가중된다”며 “은행이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대 등을 통해 CD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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