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깊어지는 산업은행…이번엔 ‘연구용역 보고서’ 논쟁

산업은행 보고서 “부산 이전 100% 해야 본연 기능 발휘”
산은 노조 “산업은행 이전 시 국가경제 15조원 손실” 반박

갈등 깊어지는 산업은행…이번엔 ‘연구용역 보고서’ 논쟁
쿠키뉴스DB.

정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필수 조직 외 모든 기능 이전’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산업은행 노조에서 산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반박하며 부산 이전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산업은행 보고서 “부산 이전 100% 해야 본연 기능 발휘”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산업은행은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부서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 아닌 부서장급 이상 직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 산업은행은 용역사인 삼일PwC에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을 수주했다. 결과는 최근 보고됐다. 

연구용역 결과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첫째는 산업은행 전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본점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지역성장 중심형’안이다. 둘째는 부산 본점에 전 기능을 완비하지만 수도권 금융시장과 기업고객 대응을 병행 배치하는 ‘금융수요 중심안’이다.

결국 두 방안 모두 산업은행의 전체 기능과 조직을 이전해야 정책 금융기능의 온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여의도에 최소 인력인 약 100명만 두고 조직을 전부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결론에 따라 산업은행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본격적인 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의 입장과도 일치하는 연구결과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당정을 갖고 산업은행의 100% 부산 이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초 윤 대통령 공약이 산업은행 이전이기 때문에 100% 이전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듭 “100% 이전이 정부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갈등 깊어지는 산업은행…이번엔 ‘연구용역 보고서’ 논쟁
산업은행 노조 제공.

노조 강력 반발…“산업은행 이전 시 국가경제 15조원 손실” 반박

이같은 산업은행의 연구결과 발표에 산업은행 노조는 오히려 더 큰 경제적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한국재무학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용역은 노조에서 사측의 용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다. 재무학회는 산업은행 노조의 의뢰를 받아 올해 2월부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학회는 산업은행 이전으로 10년간 산업은행의 수익이 6조5337억원 감소하고, 신사옥 건설·주거공급 비용·출장비용 등 비용이 4702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누적 손실 규모는 △1년차 3720억원 △2년차 8910억원 △3년차 1조520억원 △4년차 2조2180억원 등으로 해가 바뀔수록 더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계됐다.

여기에 학회는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15조4781억원이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16조7233억원이 생산 및 부가가치 손실분이고, 신규 창출되는 파급효과는 1조2452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손실에는 정책금융 업무 수행 불가로 인한 손실 2조6677억원이 포함됐다.

산업은행 협업기관과 거래처도 대부분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회가 지난달 산업은행의 거래처 또는 협업기관 직원 9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산업은행 고객 및 협업기관의 83.8%도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 거래처 직원은 10.6%였고, 중립 의견은 5.6%였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산은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네트워크 효과와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데 금융중심지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동시에 기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사측의 컨설팅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에게 부산 이전 용역 결과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업은행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노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산업은행에서 공개 토론회 제안에 긍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연구를 진행한 컨설팅을 가지고 논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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