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번복하고 “애도” 썼다 지워…정치권 ‘고심’

지난 8월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씨.   연합뉴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하자 정치권은 메시지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전씨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력 진압으로 많은 시민을 학살하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역사적 과오가 뚜렷해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전씨 장례에 조문을 가겠다고 밝혔다가 3시간여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이날 오전 “아직 언제 갈 진 모르겠지만, 전직 대통령이니 (빈소에)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던 윤 후보는 이후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을 통해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역시 조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윤 후보와 선대위, 국민의힘은 전씨 사망에 관해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조문할 계획이 없다”면서 “당을 대표해 조화는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내 구성원들은 고인과의 인연이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조문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조문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조문할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전 대통령’ ‘애도를 표한다’는 표현을 썼다가 이를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처음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의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두환 씨”로 바꿨고, 이후에는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장을 지웠다.

정의당에선 즉각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민진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SNS에서 “사죄도 하지 않고 대가를 치르지 않은 학살자이자, 전직 대통령 대우를 박탈당한 사람에게 공당의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 칭호를 붙인 일은 실수라 하더라도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에서 평소 전두환씨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공식 논평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닌 ‘전두환씨’라고 썼다.

국민의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반란과 5·18 민주화 운동을 유혈 진압한 역사적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로 인해 현대사는 어두웠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굴곡진 삶을 살아야 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언론 보도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전씨에게 ‘전 대통령’ 호칭을 사용하거나, 고인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은 ‘별세’ ‘서거’로 전씨 죽음을 보도한 언론사를 찾아 공유하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사 가운데선  KBS·SBS·MBC 등 지상파 방송 모두 ‘전두환씨’ 호칭을 써서 보도했다. JTBC 역시 ‘전두환씨’, TV조선·채널A·MBN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표현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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