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발언, 서양에선 모욕 아냐”…뉴욕타임스의 지적

방송인 박나래.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방송인 박나래가 유튜브 방송에서 성적 농담을 했다가 고발당한 사건을 두고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서양 코미디 기준으론 모욕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한 여성이 남자 인형을 사용해 농담을 했다. 이제 그는 성희롱으로 고발당했다’라는 제목을 단 기사에서 최근 박나래가 고발당한 사태를 소개하고, 이 사건이 성(性)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이중잣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나래는 지난 3월 유튜브에 공개된 웹 예능 ‘헤이나래’에서 남성 인형 팔을 다리 사이에 끼워 넣고 성적인 농담을 했다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유통 혐의로 고발당했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서구 코미디 기준으로 모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이지만, 한국에서는 스캔들로 커졌다”고 짚었다. 또 “불만을 품은 젊은 남성들이 ‘박나래가 성희롱을 했다’고 고발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며 “이 스캔들은 몇 주 동안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박나래 경력에 오랫동안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가 인터뷰한 이들은 대부분 ‘박나래의 농담이 지나쳤다고 해도, 이를 성희롱으로 규정하는 일은 온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디지털 콘텐츠 회사의 매니저로 일하는 제이미 석(26)은 뉴욕타임스에 “박나래 행동이 무례했을지언정 경찰까지 수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남성이 성적인 말을 하는 건 ‘쿨’하다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여성은 아직까지도 그런 부분을 숨겨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나래의 개그가 ‘여성도 자유롭게 자신의 성적 충동을 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해 남성들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현주 박사는 “일부 한국 여성도 박나래가 한 행동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여성 혐오를 보며 남성이 먼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남성이 박나래를 비판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박나래를 비판하는 사람이 대개 주류 사회 ‘일반 남성’이라면서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현 정부가 성 평등 정책을 펼치는 데 위협을 느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취업시장에서 여성을 위험한 경쟁자로 여기고, 결혼 시장에서 남성이 불리해졌다고 생각한다. ‘남성인 나는 군 복무를 하는데 왜 여성만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나. 불공평하다’고 느끼며 반발한다”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이 만연하고, 일부 온라인에는 여성혐오 게시물이 많다는 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폭력 가해자로 고발된 뒤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일부 남성 연예인들은 성폭력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점 등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면서 “다른 남성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은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도 박나래처럼 과거 발언, 개그까지 샅샅이 조사받는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나래는 한국에서 여성 코미디언이 할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의 범위를 넓혔다. 그는 2019년 넷플릭스 ‘농염주의보’에서 자신의 성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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