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집값 잡긴 어렵고, 주거안정 초점둬야” [남은 1년, 文에 바란다①]

문 대통령 "가장 아픈 곳, 부동산시장 안정 못 이룬 것"
국토부 장관 마다 정책 변화…투기와의 전쟁서 공급 확대로
2030 세대 "LH 등 사태 수습 집중해야"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4년 간 수차례 내놓은 정책들도 못 잡은 집값을 남은 1년 동안 잡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잘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32세 최모씨)

“LH 사태 등은 여야를 떠나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자리를 잡아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29세 김모씨)

촛불 민심의 주역이자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2030세대(MZ세대)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집값 잡기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LH 투기 사태 등 벌어진 일에 대한 수습과 동시에 공급 대책 등을 차질 없이 진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총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정권 초기에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필두로 다주택자를 겨냥한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다. 이른바 ‘투기와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집값은 치솟았다. 이후 변창흠 전 장관은 공공 중심의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책을 수행하는 핵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규택지 투기 사태가 드러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사진=박태현 기자

전세난과 LH투기사태를 바라보며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성장해온 2030세대들은 최근 부동산 문제에 민감하다. 그동안 보유자산이 많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서 관전자에 가까웠던 이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가능한 자금을 최대한 동원해 이른바 ‘영끌’로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20~30대의 비율은 상반기만 하더라도 30~36%대였으나, 8월 이후 40% 내외로 올랐고 지난 1월에는 44.70%까지 상승했다. 

국민 관심사를 따라가는 TV 프로그램만 봐도 이들의 부동산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공중파에서는 의뢰인들의 요구에 맞는 주택을 찾아 주는 부동산 예능 프로그램이, 유튜브 등에서는 적은 돈으로 협소주택을 짓는 콘텐츠 등이 인기다. 웹툰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풍자의 소재로 거론된다. 일반 커뮤니티 등에서는 부동산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조롱과 풍자가 만연하다.

사진=안세진 기자

이들이 부동산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계기는 크게 ‘전세난’과 ‘LH 투기사태’를 꼽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을 시행하면서 청년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꾀하려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세입자들은 지금껏 누리지 못해왔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예비 세입자들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전셋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셋값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전국 4.01% 올랐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6.12% 올랐고,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이 각각 0.79%, 0.47%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37%, 경기가 5.76%, 인천이 9.83% 각각 올라 수도권 전체로는 6.56% 상승했다. 지방의 전셋값은 1.75% 올랐다.

곧 정부는 2‧4공급대책을 내놓았다. 공공 주도로 저렴한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3기 신도시 내 일부 신규택지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정황이 포착되면서 공급 계획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3기 신도시로 시작된 논란은 사회 곳곳에서 전국 공기업, 지자체에 대한 유사 의혹 제기로 번졌다. 사회 전반에서 불거진 투기 의혹은 그간 이어진 집값 상승 기조와 맞물려 청년세대들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선택과 집중 필요”

전세난 해결을 위한 2·4공급대책이 LH투기사태와 맞물리면서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청년세대는 문재인 정부에게 남은 임기 1년 동안 전세난과 LH 투기사태에 대한 수습을 최우선 주문했다. 상승하는 집값도 문제지만 남은 시간을 고려했을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최모씨(32세)는 “평범한 사회초년생 직장 월급으로는 절대 집을 못 사는 수준이 됐다. 더군다나 전세도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매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며 “남은 임기 1년 동안 집값을 잡기란 어려울 거라 본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다. 특히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췄으면 싶다”고 말했다.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장의 진위를 가리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예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욱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이번 정부에서 시작하지 않고 정권이 교체되어버린다면 결국 제자리걸음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28세)도 “새로운 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적용되기까지 1~2년 가지고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임대차법을 포함해 추진 중에 있는 공급 대책들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은 일부 수용하되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정책이 장기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주는 것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왼쪽부터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 노형욱 후보자

장관별 부동산 정책, 어떻게 바뀌어 왔나

김현미 전 장관은 취임 이후 집값 급등을 비롯한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투기 수요로 꼽고, 세금·대출·청약·재건축 등 전방위적인 규제를 23차례에 거쳐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서울을 비롯해 외곽지역까지 집값은 올랐다.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은 ‘영끌’(영혼을 끌어 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신조어),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토부 장관의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웠지만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부는 변창흠 전 장관을 내세워 규제와 함께 공급 대책을 마련한다. 변 장관은 취임 한 달여 만에 2·4공급대책을 내놓는다. 2·4대책은 민간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LH 등 공공기관의 역할을 크게 강조한 공급책이다. 시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서울 도심 내에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요 집값 지표가 하락했고 일부 단지에선 급매물도 나왔다. 하지만 LH 직원들의 신규택지 내 투기 사태가 터지면서 당시 LH 사장을 지냈던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LH 역할이 큰 2·4대책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결국 변 장관은 취임 109일 만에 역대 세 번째 단명 국토부 장관으로 지난 4월 16일 퇴임했다.

현재 새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노형욱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 동안 그에게 바라는 역할은 앞서 변 장관이 추진해놓은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민심을 잃어버린 결정적 계기가 된 LH 사태에 대한 수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장관으로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세종아파트 특별공급 시세차익 등 부동산 논란으로 야당의 반대 속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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