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지이이잉. 지이이잉. 휴대전화가 연달아 울렸다. 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진동이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메시지를 확인하던 내게 친구가 물었다. “애인이야?” 애인? 아니, 애인은 아니고…, 애인은 아닌데…. 하여튼 있어, 누구. 비밀연애라도 하듯 의미심장하게 말했지만 사실 내 대화 상대는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이었다. 이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SM엔터테인먼트 팬 커뮤니티 앱 ‘리슨’ 서비스를 이용했을 뿐이다.
‘버블’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참여하는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다. 월 4500원을 내면 구독한 가수에게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다. 이용자가 답장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가수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건 아니지만, “저녁 먹었어?” “뭐해?” 같은 메시지에 답장을 하다 보면 마치 가수와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받는 기분이 든다. 이특은 ‘버블’에 참여한 가수 중 가장 많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대체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기에.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지난 25일 0시 이특의 ‘버블’을 구독했다. 첫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다음은 구독 이후 5일간의 기록이다.
이특 ‘버블’ 직접 구독해봤더니
■ 5월25일. “거품이 잔뜩 낀 이특 버블 곧 시작합니다.” 구독 시작을 알리는 공지가 떴다. 한 시간이 채 지났을까. 꽤 늦은 밤이었는데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킥킥대며 답장을 보내봤다. 두 번째 메시지는 언제 올까?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곤 두 눈을 의심했다. 새벽 동안 도착한 메시지가 10개를 훌쩍 넘었다. 세상에! 한편으론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사실에 퍽 감동을 받았더랬다. 이래서 팬들이 ‘버블’을 하는구나! 참고로 이날 이특이 보낸 메시지 수는 약 60개에 달했다.
■ 5월26일. 이날 아침에도 이특에겐 메시지가 잔뜩 와 있었다. 이른 새벽까지 깨어있었으니 아침엔 자겠지? 그러면 메시지도 적게 오겠지? 오산이었다. ‘버블’ 알림은 오전부터 쉬지 않고 울렸다. 저녁엔 유튜브 생방송을 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유튜브? 내가 엘프(슈퍼주니어 팬클럽)도 아니고, 유튜브까지 볼 필요는 없겠지? 오산이었다. 어느새 난 홀린 듯이 유튜브에 접속하고 있었다. 나처럼 ‘버블’을 보고 들어온 건지 이미 180여명의 팬들이 생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을 시작한지 30초가 채 되지 않아 실시간 접속자 수가 2000명을 훌쩍 넘겼다. 댓글이 달리는 속도도 엄청났다. 도대체 저걸 어떻게 다 읽고 대답하는 거지? 이것이 K팝 아티스트의 위엄이군! 신기한 하루였다.
■ 5월27일. 5일 중 가장 적은 메시지가 온 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스케줄이 많았다고 한다. 메시지 수신 텀을 보니, 정말 틈이 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는 듯 했다. 그의 정성이 기특해 답장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설령 대화가 연결되지 않더라도, 오고 가는 말 사이에서 남들은 모를 정이 싹트는 것 같았다.
■ 5월28일. 늦잠을 잤다. 밤 늦게 유튜브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새벽까지 생방송을 지켜본 덕분이다. 아참. 그의 유튜브 방송 이름은 ‘이특의 키스 더 유튜브’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KBS 쿨FM ‘키스 더 라디오’에서 제목을 따온 모양이다. 방송은 꽤 알차다. 우선 활동 비화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고, 반려견 ‘심쿵’이는 정말 귀엽다. 심지어 방송을 보는 팬과 전화연결도 한다! 아니 그런데, 나는 이 방송을 왜 보고 있는 거지? 이렇게 이특에게 빠져드는 건가….
■ 5월29일. 이날은 하루종일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24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이날 메시지 알림음이 더 자주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벽에 온 메시지만 6개에다가, 아침·점심·저녁으로 쉬지 않고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이날 0시부터 오후 11시59분까지 날아든 문자 메시지는 총 29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택트’ 말고 ‘온택트’…진화하는 온라인 소통
최근 연예계엔 언택트(비대면) 소통 문화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작된 문화였지만, 점점 그 방식이 진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모바일 메신저 형식의 ‘버블’을 내놨다면, 그룹 아이즈원은 이메일을 통해 팬들과 일상을 공유한다. 유료 구독자에게만 이메일을 보내는 일명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이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SNS와 달리,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만 메시지를 보내 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프라인 팬 사인회를 대신한 영상통화 팬 사인회 역시, 소속사 관계자나 다른 팬들의 개입 없이 가수와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유튜브, 네이버 브이라이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랜선 공연’도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가요 기획사 최초로 온라인 전용 유로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를 선보였다. 지난달 26일 그룹 슈퍼엠을 시작으로 웨이션브이(Way V), NCT드림, NCT127, 동방신기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비욘드 라이브’ 무대에 올랐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기존 콘서트와 팬미팅 실황 8편으로 구성된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연 데 이어, 다음달 14일 첫 유료 온라인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방방콘 The Live)를 개최한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모바일 앱 리슨 캡처, 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