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 개정 임박…‘협의요청권’에 본사·점주 갈등 격화

가맹사업법 개정 임박…‘협의요청권’에 본사·점주 갈등 격화

국회 가맹사업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하반기 통과 가능성
가맹본부, “점주와 노사관계 아냐…영세 브랜드는 대응 자체 힘들 것”
점주단체, “협의요청권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의 기회”

서울의 한 음식점 외부 전경.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가맹점 본부와 점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곽경근 기자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가맹점 본부와 점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점주 측은 법적인 협상 권리 보장을 환영하고 있지만 본부 측은 단체의 ‘노조화’와 경영 혼선을 우려하며 맞서고 있어 법안 통과 이후 진통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단체협상권 시행을 위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맹사업자단체 등록제는 가맹점주 단체를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시·도지사에 등록·신고하도록 해 법적으로 인정된 단체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로, 지난해 6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등이 추진한 협의요청권 부여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단체로부터 거래조건 관련 협의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응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협의 횟수와 주체 등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두고 가맹본부와 점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본부 측은 무엇보다 가맹점주 단체가 사실상 노동조합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협의요청권이 특정 단체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미 상생협의체를 운영 중인 대기업과 달리, 조직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들은 협의 대응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가맹본사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점주는 고용자·피고용자가 아닌 사업자 대 사업자의 관계”라며 “노사관계가 아닌데도 협의요청권을 사업자 단체에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정안의 영향은 가맹본부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편의점 업계의 경우 이미 2013~2014년 사장 직속 기구로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운영해왔고, 점주들의 요구사항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맹점 수가 적은 중소·신규 브랜드는 협의요청권과 단체등록제가 시행되면 최악의 경우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가맹산업 전체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랜차이즈협회 한 관계자도 “회원사 9000곳 중 70%가 가맹점 10개 미만의 영세 본부”라며 “대다수는 점주 단체 활동을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 등록 요건에 따라 여러 단체가 생기면 본부는 각 단체와 2~3차례 협의를 반복해야 하고, 협의 내용이 서로 달라질 경우 협상 기간이 길어져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가맹점 확대나 성장에 투입돼야 할 인력이 협의 대응에 소모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점주들은 단체 등록 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현행 상생협의체에서 나아가 법적 강제성이 부여된 협상 구조 자체는 필요하지만 절차와 횟수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가맹점주 단체 관계자는 “가맹사업단체 등록제가 시행돼 다수 단체가 동시에 등록되면 점주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규모가 큰 가맹본부일수록 이해관계가 다른 점주들이 각기 단체를 꾸려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게 되고,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쪽이 주목받으면서 갈등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1의 단체에 우선 협상권을 부여하는 등 등록 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최대 180일간의 심의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90일을 거친 뒤, 본회의에 부의되면 60일 이내에 표결로 처리된다. 특히 소비 경기 위축으로 점주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본사와 점주 간 공식 협상 창구 마련 필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전국 가맹본부 가운데 상생협의체를 운영하는 곳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그마저도 대부분 본사가 주도해 점주 의견이 자유롭게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갈등은 얼굴을 맞대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협의요청권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점주들이 제도적으로 대화의 장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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